“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아동문학계의 대부 고 윤석중 선생이 일제 탄압에 의해 9년간 중단되었던 어린이날을 부활시킬 목적으로 1946년 지은 어린이날 노랫말이다.

곡은 두 종류가 있다.

우리가 칠십년간 불러오는 어린이날 노래는 두 번째 곡이다. 첫 번째 곡은 윤석중 선생이 친분 있던 명망가 안기영 교수에게 부탁하여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가 여운형 추도곡을 만들어 지휘했다는 이유로 음악활동을 중지당하면서 금지된다. 그래서 1948년 만주에서 돌아온 윤극영 선생에게 다시 부탁하여 재탄생한다. 그 후 이 노래는 어린이날이면 어김없이 불리는 모든 이의 애창곡이 되었다.

밝고 경쾌한 노래 이면에, 해방 후 겪은 좌우파의 갈등으로 하나의 가사에 두 개의 곡이 만들어진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 사람 되라 이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애.”

이 노래는 1953년 <어린이 찬송가>에 발표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채택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고 윤춘병 목사가 이북에 남기고 온 그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1946년 지은 가사에 한국 동요계와 교회음악사의 대부인 박재훈 목사가 곡을 붙였다.

‘어머님 은혜’는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의 노래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 가장 많이 불린다. 그런데 두 곡 다 제목과 가사에 어머니만 나오니 자식 된 입장에서 노래를 부르다보면 자연히 아버지들 눈치를 보게 된다.

1956년 5월 8일부터 ‘어머니날’로 지정되어 1973년 ‘어버이날’로 변경되기 전까지 만들어진 곡들이라 그럴 수 있다지만 이제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어머님 은혜를 어버이 은혜로 고쳐 부르길 권한다.

그나마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인순이의 ‘아버지’와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고충을 노래한 싸이의 노래 ‘아버지’가 있어 자칫 어버이날 소외감으로 쓸쓸할 뻔한 이 땅 모든 아버지의 마음을 적실 수 있어 다행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은 여전히 물심으로 맘껏 축하해주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스승의 날은 갈수록 위축되어 씁쓸하다. 특히 김영란 법으로 인해 꽃 한 송이 선물하는 것조차 서로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니 아예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다른 이유를 들어 쉬는 학교도 있다.

스승의 날은 교권존중과 교원의 사기진작, 지위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이다.

허나 일부 교사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계속하여 사회문제를 일으키다보니 많이 하락했다. 어찌 보면 스스로 그렇게 만든 책임도 크니 자정하여 형식적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 스승이 많아지길 바란다.

산천이 푸르러 우리의 온 마음을 뛰게 하는 오월에는 유독 기념일이 많다.

비록 여러 기념일 챙기느라 얇아지는 지갑만큼 마음도 가벼워지겠지만, 구구절절 사연 깃든 오월의 노래들로 삶에 풍요로움을 누리는 사치 한번 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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