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핸드폰으로 전달되는 문자의 양은 급증했고, ‘카카오톡’이나 ‘밴드’는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 이합집산도 심하고 후보나 지지자들 사이의 다툼도 치열하다. 선거 때가 되면, 당원들이나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선량이 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 많은 정치지망생들과 지지자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정치, 즉 제도권 정치에 만족하는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정치’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짐짓 ‘정치’에 무관심하고 그래서 ‘정치’를 혐오하고 그래서 ‘정치’를 규탄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지역 정치의 현실은 더 걱정이다. 우리가 직접 도지사, 시장, 시도의원들을 뽑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빠진 느낌이다. 선거법, 선거제도의 모순 때문이다. 한 예로 기초의원의 경우 대부분 선거구가 2인 선출제이다. 그러니 시민들은 형식적으로 투표를 할 뿐, 실질적인 선택권은 제한적이다. 즉 양대 정당이 추천한 후보가 동반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동안 안산에서도 양대 정당이 아닌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예는 손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 그러니 유권자의 약 30~40%의 표는 늘 사표가 되어 왔다.

이것이 심각한 이유는 표의 등가성이 철저히 외면되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의’를 왜곡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라고 이를 모르겠는가. 그래서 선거구획정위는 기초의원 3,4인 선거구를 대폭 늘리도록 권고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정당의 야합으로 4인 선거구제는 없어지고 3인 선거구는 줄어들었다.

뻔뻔하게도 양당은 정치 발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

그래서 올바른 정치, 제대로 된 정치인을 만들고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하다. 브라질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엘리트의 지배를 받게 하며 국민생활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면서 ‘정치를 부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 또는 통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비적극성이 무속의 지배를 자초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치를 바꾸는 일에 민초들이 나서야 한다. 이제 현실정치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제도적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백성이 바로 주인’이라고 하는 정치적 의식과 실천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일상생활을 통하여 건강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밑으로부터의 각성과 변혁이 필요하다.

6.13 지방선거에 임하는 안산지역 후보들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다소 신선하다는 소리를 듣는 후보도 있다.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선택은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다.

안산시민들이 듣고 보고 후보를 고를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려 후보를 선택하는 일상의 조건 말고 특별한 한 가지 주문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시대정신’이다.

촛불혁명으로 새롭게 조명되는 시대정신은 정의, 생명, 평화, 통일 그리고 시민의 안전 등이다. 헌법이나 인권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보편적 가치들이지만 그러나 그동안 생각보다 훨씬 소홀히 다루어졌던 명제들이다. 이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거부하거나 여전히 역행하는 정당, 후보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 지역을 분열시키고 선동해 정치적 열세를 만회하려는 후보들이 있다.

6.13선거를 통해서 시민들이 그들을 심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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