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학 기자.

안산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제24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었다. 지난 4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제7대 안산시의회 공식 활동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 본회의였다. 뜻 깊은 날인만큼 훈훈한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개의 전 의원들과 집행부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동료를 배려해 발언 기회를 양보한 상임위원장도 있었다. 회의를 마친 뒤엔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4년 간 줄곧 입방아에 올랐던 ‘정쟁’은 마지막까지도 그칠 줄 몰랐다. 이날 본회의가 폐회되기 직전 더불어민주당 A 의원이 발언대에 섰다. 상대당 B 의원을 공개석상에서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상임위 도중 모 의원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했다”면서 “해당 의원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의원 역시 신상발언에 나서며 맞섰다. 특히 그는 A 의원의 이름과 나이에 빗대 ‘바위에 붙은 잡초’, ‘구상유취(口尙乳臭)’라며 조롱했다. 급기야 이들은 서로를 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발단은 지난달 18일 열렸던 제247회 안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회의였다. 부의안건 순서 변경 문제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B 의원이 A 의원에게 반말과 폭언을 했다. “야! 꼬아?…오냐 오냐 하니까 겁대가리 없이.” 당사자들의 화해와 의장의 중재로 갈등은 봉합되는가 싶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걸고 넘어졌다. B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지난달 23일 열렸던 1차 본회의 지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작은 설전도 오갔다.

4월 23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의 제7대 안산시의회 마지막 모습은 27일 열렸던 ‘제3회 남북정상회담’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날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남 첫 순간부터 감동을 자아냈다. 서로 분열의 선을 넘나들고 ‘한반도 평화’의 뜻을 같이했다. 벤치에 앉아 환담을 나누고, 손을 맞잡고 환송공연을 보는 모습 속에선 적개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담 직후 나오는 보도 역시 파격적이었다. 두 정상은 즉각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 조치에 나섰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모습을 전 세계와 남측인사에게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로켓맨’으로도 불리는 그가 ‘평화’의 진정성을 보인 것이다. 일부 극단주의적인 정치인을 제외하면 전 세계와 야당 역시 위대한 전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평화를 위한 두 정상의 확고한 의지가 오늘의 역사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두 정상은 11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순간에서도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굳은 의지를 재확인했다.

돌이켜 보면 7대 안산시의회는 고성이 잦았다. 괘씸한 배신자(?)를 몰아세웠는가 하면 자리를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도 있었다. 싸우느라 본연의 임무를 내팽개치기도 부지기수였다. 급기야 몸싸움으로 병원 신세를 진 의원도 있었다. 모두 시민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욕을 위한 갈등이었다.

남‧북 정상이 안산시의회에 던진 교훈은 ‘민중’이다. 그들은 민중의 안녕을 위해 통 큰 결단과 역사적 화해 앞에 나섰다. 그래서인지 같은 날 민의를 저버린 안산시의회의 얼룩진 마지막 모습이 더욱 안타깝다. 최소한 이 날 만큼은 ‘로켓맨’보다도 한참 뒤떨어졌다.

오만학 기자 nti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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