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남북정상회담이 생중계 되어, 보는 이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영원한 앙숙으로 남을 것만 같던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 시종일관 보여준 화기애애한 모습에 긴가민가하면서도 절로 흥이 났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과 항구적 평화를 위한 다자회담 추진, 모든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전환 등 판문점 선언의 큰 성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86%까지 올랐다. 더불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꽤 긍정적으로 변했다.

하늘색 원피스 차림의 김정숙 여사와 살구색 투피스 차림의 리설주 여사, 두 퍼스트레이디의 첫 만남도 회담을 빛냈다. 마치 늘 있어왔던 일처럼 편안하고 조화로웠다. 아마도 호감형의 닮은 외모와 튀지 않는 단아함, 비슷한 전공 등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은가 싶다.

두 퍼스트레이디의 온화한 파스텔 톤 의상에서 느껴지듯 이제 남북에도 봄이 왔다.

문 대통령의 당부처럼 두 레이디를 통해 문화적 교류가 이뤄진다면 두 정상의 정치적 교류에 힘을 더해 통일도 머지않아 보인다. 잠시 잊혔던 퍼스트레이디의 시대가 돌아온 것이다.

수년 전 최고은 씨가 썼던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에 의한 유형화’라는 논문이 있는데, 프란체스카 여사에서 이희호 여사까지 8명의 대통령 아내들을 리더십 역할에 따라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논문은 프란체스카 여사는 실질적 비서실장, 육영수 여사는 청와대 안의 제1야당으로 분류했다. 반면 이순자 여사는 유별난 영부인형, 김옥숙 여사는 베갯머리 내조형으로 평가했다. 홍기 여사는 편안한 내조형, 공덕귀 여사는 전략적 후퇴형으로 분석했고, 손명순 여사는 전통적인 안주인, 이희호 여사는 비판적 조언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물론 일부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도 있을 것이기에 논문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연구하여 이름을 걸고 발표한 글인 만큼 객관적 신뢰성은 있어 보인다. 또 그럴 듯하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최근에 등장하는 각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을 보면 개성이 강하다.

정치사회적 발언도 서슴지 않을뿐더러, 남편 못지않게 주목을 받기도 한다. 과거 같으면 구설에 오르내릴 일이겠지만 지금은 소신 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들의 모습을 반기는 추세다. 내조에 그치지 않고 적극성을 띄는 이들을 ‘신 퍼스트레이디’라 부른다.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이나 수상의 부인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각계에서 지도적 지위에 있는 여성’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볼 때. 꼭 대통령 부인만이 아니라 광역이나 기초 단체장의 부인 혹은 스스로 지도층에 위치해 있는 여성 모두를 포함한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안산에도 퍼스트레이디들이 꽤 있다. 모두를 알지는 못하지만 이십 년 가까이 안산에 거주하며 활동하다보니 얼추 안다. 참 괜찮은 여성들이 많다. 그런데 때로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맘껏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하고, 견제세력의 음해를 통해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욕 먹어가며 버티는 이들도 있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사회적 위치를 다지고 존경을 받는 이도 있다.

필자도 안산의 각계 지도층 여성들을 보면서 본받고 싶은 이가 몇 명 된다. 그런데 요즘 그 중 한 명으로 마음이 아프다. 십 수 년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서 어쩜 그리 똑똑한데도 겸손한지, 멋을 내지 않는데도 멋스러운지, 높지도 낮지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말투로 신뢰감을 주는지, 한결같이 순수하고 긍정적인지, 그녀를 만나면 다들 좋아라한다.

또 어찌나 현명한지, 외모가 아닌 내면의 모습으로 배우자를 취하여 기막힌 내조를 통해 남편을 최고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그녀가 요즘 아프다.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연루되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모를까 너무나도 잘 아는 입장에서 그녀의 억울함을 백번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일이라면 삼갔다. 지인들에게조차 얄미울 정도로 어떤 혜택도 주지 않았던 그녀가 사소한 일에 연루되어 마음고생으로 얼굴까지 상한 모습이 안타깝지만 필자는 그녀를 믿는다. 다시 일어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현명한 퍼스트레이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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