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수필가

살면서 갈등 한 번 없이 지냈다는 사람이 있다면, 단언컨대 거짓말쟁이다. 잘못된 의사소통, 서로 다른 가치관, 이해수준, 성격차이, 문화차이, 부적당한 요구, 불완전한 리더십, 채워지지 않은 욕구, 도덕적인 문제, 말실수, 기분 탓 등으로 누구든지 어디에서나 갈등에 놓일 수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갈등에 보이는 반응은 다양하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승리형은 공격적이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관계를 희생시킨다. 이런 경우 승리감에 잠시 기분 좋을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표면상 평화롭다 해도 골이 점점 깊어져 곁에 남는 이가 별로 없다. 다들 슬금슬금 피하거나 떠나기 때문이다.

네가 옳고 나는 틀리다는 양보형은 수동적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않아 평화로우나 가치 있는 의견이 나누어질 수 없고 속으로 쌓여 스스로 벽을 만들다가 폭발할 수 있다. 인생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순하고 얌전해 보이는 사람 화나면 무섭다.”는 말씀이 맞다. 순한 사람, 얌전한 사람, 젊잖아 보이는 사람 편하다고 함부로 건들다가 큰 코 다친다.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외면형은 다른 이들에게 갈등을 넘김으로 잠재적으로 승리한 듯 보이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주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적 성향이 강한 이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양상이다. 그런데 그들은 모른다. 자신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이들도 똑같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중간에서 만나기를 원하는 타협형은 가치관이나 도덕적 요구와 관계없이 양쪽 모두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계속적인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양쪽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란 힘들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중간에서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특히 잘잘못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양쪽의 힘이 팽팽한 경우 타협은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내 방식으로 너를 매혹시킬 거야 하는 조작형은 때로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쓸 수 있다. 자신은 승리감을 얻을 수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속았다는 느낌, 분노감을 남길 수 있다. 한두 번은 통하겠지만 계속 된다면 신뢰와 신용의 회복이 불가하다.

모두 가치 있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해결형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즐긴다. 이는 건전한 해결책을 낳아 갈등을 평화롭게 풀고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겸손이 필요하다. 남들이 귀찮고 힘들어서 꺼리는 일을 하는 해결형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고, 그는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세워진다.

위의 여러 양상 속에 나는 어떤 형에 속할까 생각해본다. 때론 공격적이었다가 수동적이 되기도 하고, 외면했다가 타협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간혹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감정을 숨길 때도 있고 노력을 아끼지 않고 해결할 때도 있다. 관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갈등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적인 경우 분노, 질투, 폭발, 외면, 질병, 망연자실, 불안, 스트레스, 의기소침 등의 징조로 나타난다. 집단의 경우 역할외면, 임무수행거부, 계속된 다툼, 도피, 지나친 순종, 가십, 파벌과 당파 등의 징조를 보인다. 따라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듯이 우리에게 갈등이 생겼을 때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마음을 다스린 후 책임 부분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가져야겠다. 그러고 나서 타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상대에 대한 공격적인‘너는’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자신 내부의 갈등상황인 ‘나는’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겠다.

사람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야 없겠지만, 우리 중에 늘 승리형으로 대처하여 온 이가 있다면 지나친 아집과 고집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조금 유연한 자세를 취해보자. 외면형으로 살아왔다면 자신의 외면으로 다른 이들을 곤란에 빠트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갈등해결에 나서는 용기를 내어보자.

당장의 해결을 위해 상대를 속이는 조작형은 거짓은 금방 들통 난다는 점을 명심하여 솔직하고 정직한 해결방법을 쓰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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