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적지 않다. 인근 재개발 조합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반대 여론은 최근 정치권과 일부 언론들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다시 선거철이 돌아 왔기 때문인가!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무관심했던 안산의 정치인들이 세월호 추모공원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말끝마다 ‘안산’과 ‘안산시민’을 들먹인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진심으로 손 한번 잡아준 기억조차 드문 사람들이다. 그들의 진정성,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정치인은 지역 내 최대 현안인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조성을 안산시민들과 소통 없이 날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동안 세월호 추모공원 뿐만 아니라 세월호 행사 자체에도 얼굴 한번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외면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안산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시 주관으로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등 24명으로 ‘안산시추모사업협의회’를 구성하여 그동안 본회의 16회, 소위원회 11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논의해 왔다. 또한 주민경청회 5회, 시민토론회 2회, 지역주민간담회 5회, 수많은 비공식 대화 모임이 있었다. 2015년 11월부터 국제세미나, 1000인 토론회 등이 있었다. 오히려 그 때 정상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고성과 폭언으로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들이 현재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분들이다.

어떤 정치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화랑유원지는 시민의 것이기에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시민들의 문화 복합공간인 화랑유원지를 4년간 사용 유예한 것도 모자라 세월호 유가족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려 하느냐?

기가 막힌다. 알면서 그리 말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6.13 지방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선동하는 것인지 어떤 경우든 지역의 정치지도자이거나 정치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고 차라리 한심해 보인다.

화랑유원지의 전체 면적은 약 18만 7천 평이다. 그 중 추모공원 부지는 화랑유원지 오른 쪽 귀퉁이 약 7천 평(전체유원지의 3.7%)이다. 지금은 나대지로 잡풀만 우거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곳을 추모공원으로 조성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 명품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 추모시설은 약 2백 평의 규모로 공원 지하에 들어 설 예정이다.

추모시설은 전체 화랑유원지의 0.1%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렇듯 0.1%의 규모로 조성되는 시설을 가지고 마치 화랑유원지를 독점한 것처럼, 마치 화랑유원지를 유가족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처럼 호도하고 선동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정확한 지적도 아니다.

세월호는 미증유의 참사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들어 낸 모순의 결정체다. 세월호 참사는 안산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너무나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물신주의와 경쟁 구조가 만든 비극이다. 이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우리, 어른들 모두가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세월호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교훈이다. 그렇다고 과거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승화시켜 미래로 희망으로 가야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몬 세월호는 침묵이 아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소리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간은 단지 화랑유원지의 0.1%이다. 이 0.1%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우리 안산이 야박하지는 않다.

0.1%도 안 되는 양심이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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