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동산고등학교 교장

무한경쟁 시대라고도 불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 중심에는 알게 모르게 ‘적자생존’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조차, 이러한 경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기정사실화되었다.

학생들은 1등을 향해, 일류 대학을 향해, 승자가 되기 위해 힘을 다해 달려가고, 부모님은 자녀의 방과 후 및 방학 스케줄 관리를 하며 철인경기를 수년간 지속해 나간다. 차가운 세상을 경험한 부모들이 자식들이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과연 자녀교육에서 자녀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부모의 역할로서 최선일까?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페스탈로치의 삼육론이 떠오른다. 페스탈로치는 진정한 가정교육을 위해서는 지성(Head), 감성(Heart), 지능(Hand), 즉 지덕체를 겸비할 수 있도록 삶의 부모가 본보기가 되고, 가족들이 서로 소통하며 사회적인 공감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식 습득'에 치우친 우리의 가정교육은, 너무나도 쉽게 세상의 잣대에서 자녀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고, 진로설계라는 미명하에 자녀들이 부모들이 원하는 바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열심히 해보려는 우리 부모들은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

얼마 전, 가수 김소은 씨가 국제변호사가 되어 안방극장을 찾았다.

엄마 친구의 잘난 딸을 의미하는 ‘엄친 딸’로 수사되며, 모두의 부러움 자아낸 그녀의 성공 뒤에는 특별한 아버지 이규천 씨가 있었다. 미국 로스쿨에 입학하고 본 첫 시험에서 꼴등 점수를 받아 낙심했던 그녀에게 아버지는 “아빠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지, 네가 잘할 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란다”라는 따뜻한 독려의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똑 부러지는 그녀의 세속적 성공에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의 실패담을 웃으면서 대중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더욱 탐이 난다. 이러한 자신감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그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부모님의 덕분일 것이다.

교육의 영어단어인 ‘education’은 라틴어 ‘educare’에서 유래했다.

Educare는 ‘능력’을 의미하는 ‘ducare’와 빼어내다는 의미의 접두사 ‘e’가 합쳐진 단어로, ‘잠재된 능력을 끌어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우리 아이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수우미양가 (秀優美良可)’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한 적이 있다. 빼어날 수(秀) 넉넉할 우(優), 아름다울 미(美), 좋을 양(良), 가능할 가(可). 서양에서는 “실패”라고 낙인찍는 F학점에서 우리의 성적표는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네가 했던 모든 것에 실패라고 불릴 것 하나 없다!”라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자녀에게 사랑과 격려의 말을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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