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석한 동기 결혼식에서 출산에 관한 문제로 대화가 오고갔다. 서로가 출산과 육아가 힘들다는 이야기들만 잔뜩 토로하던 중에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다고 하는 동료가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여건만 되면 애들 많이 낳을 텐데!” 필자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나도 결혼을 할 때는, 첫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자녀는 셋 정도 낳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한번 낳아서 키워봐라, 그 말 언제까지 가나 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그냥 웃으며 넘겼었다. 그런데 나도 경험해보니, 시간이 지나보니, 그래, 맞다. 지금은 생각이 제법 변했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지? 아직은 둘째는 낳아야지 하는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육아가 벅차게 다가올 때 아내에게 이야기 한다. “우리 그냥 아이 하나만 잘 키우고, 둘째는 낳지 말까?”

경험을 해보니 정말 급이 다르다. 적어도 셋은 낳고 싶었으나, 하나 키우는 것도 너무 벅차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 부모세대들은 둘 셋 낳아서 잘만 키우셨고, 지금은 그때보다 지원도 많은데 애를 낳고 키우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들어 졌을까. 우리 사회의 출산율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는데, 잘 모르겠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을까.

사회 전체의 출산문제는 취업, 결혼, 주거문제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해답을 찾기에는 필자의 식견이 부족하다. 그러나 경험은 이야기 할 수 있다. 자녀 세 명은 낳아야지 했다가, 한명을 낳고 키우는 것에서 그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첫째,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시댁에서든 처가에서든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가 매우 어렵다. 근본적으로,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수의 양육자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내가 출산휴가를 내서 집에서 아이만 돌본다 하더라도, 엄마 혼자가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편이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어머니든 친정엄마든 가세를 해야 극복 가능하다.

둘째, 어린이집조차 마음대로 보낼 수 없다. 동네에서 여건이 좋기로 알려진 어린이집은 이미 대기가 꽉차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자녀를 출생하자 마자 대기를 걸었는데도 이미 대기자가 수백명이나 있다. 여전히 운이 좋아야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원하는 곳에 보낼 수가 있다.

셋째, 국가지원 도우미(아이돌봄서비스)는 구할 수가 없다. 어린이집이 저녁 7시 반이면 끝이 나는데, 엄마도 아빠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때 까지 아이를 데리러 가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래서 국가에서 어린이집 하원 도우미를 지원한다기에 신청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5~6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육아를 해보니 국가에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정책은 몇 가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이것저것 찾아봐도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찾기가 쉽지 않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많은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제대로 쓰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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