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동산고등학교 교장

'혁신학교’는 어느새 경기교육의 동의어가 되었다. 2010년 현 김상곤 현 교육부총리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라 불리는 교사중심 수업과 암기형주입식 교육을 해결하고자 야심차게 13개 시범학교로 시작한 ‘혁신학교’는 현재 17개 교육청 중 14곳이 시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젝트이다. 안산도 이러한 움직임에 부응하여 관내 23.4%의 학교가 ‘혁신학교’로, 나머지 학교는 모두 ‘혁신공감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안산의 모든 학교가 경기교육의 방향에 발맞춰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론과 체험학습을 강조한 ‘자유학기제’에서도 볼 수 있듯, ‘혁신학교’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입 초기 한 언론은 ‘핀란드 교실’이 우리나라에 왔다고 격찬하기도 하였다. 딱딱한 교육환경을 탈피하여, 경쟁이 아닌 협동을 배우고, 암기가 아닌 상상력을, 개인이기주의가 아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보자는 ‘혁신교육’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게 시행 8년차가 되는 올해, ‘혁신교육’에 대한 평가는 좌우를 막론하고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노동자 연대는 ‘혁신교육’이 제안하는 진로의 숲에서 학생들이 길을 잃는다고 하였고, 한계레의 한 논설은 입시위주 교육에 반하며 시작 된 교육정책이 ‘고등학교가 결국 입학사정관제를 뚫어내는 방편으로 성공의 근거’를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혁신학교를 두고 엄밀한 성과 연구나 진단 평가가 없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우리학교는 ‘혁신학교’의 바람이 불기 전 부터, 이미 테마방학을 통한 진로 탐색, 다양한 동아리 활동, 토론활동, 인성교육을 장려해 왔다.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가 고작 ‘혁신공감학교’에 머문 까닭 중 하나는 ‘대학수학능력’에 대한 입장차이 때문이다. 고등학교 수업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본기를 연마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대학 진학률과, 왜곡된 학력에 대한 사회인식 등을 이유로 한국의 대학 입시가 전쟁 통인 것이 사실이다. 허나 ‘힘들기 때문에 쉬운 길을 찾아보자는 제안은 고등학교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현실을 외면한 책임감 없는 교육 목표 설정이 아닐까?’하는 고민을 쉽게 등질 수 없다.

2015년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날, 대학입시 준비에 지친 친구들에게 깜짝 빙수파티를 준비했던 당시 고3이었던 전지영 학생이 문뜩 떠오른다. 공부에 지친 친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겠다며 신문사에서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본인이 받은 상금을 기부하고 학우들과 선생님과 함께 2개월간 준비했던 그 날. 우리 모두는 경쟁 속에서도 건재한 학생들의 협동과 배려를 목격했다.

학업이 교육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 경쟁에 도취된 이기주의자를 양상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혁신교육’이 건강한 교육 움직임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직시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그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사들은 경쟁의 지옥인 한국에서 학생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의 끼와 역량을 발산하며, 학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육 현장을 지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