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22년 전 B와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다. 첫째 아이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B는 A와 상의도 없이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갔고, 그 이후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B가 A와 자녀들을 돌보러 집에 찾아오기는커녕, 생활비나 양육비도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양육은 고스란히 A의 몫이 되었다. A는 악착같이 일을 하여 자녀들을 대학에도 보내고 결혼도 시켰다. 힘들게 자녀들을 키우고 나니 새삼 B가 원망스러웠다. A는 B에게 양육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A는 B에게 과거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과 성장, 교육을 위해 필요한 돈으로,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부모로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 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 양육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장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을 분담하라고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적절한 경우에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자녀 양육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배우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과거 양육비에 대한 형태로 져야한다.

다만, 과거양육비 부담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양육비 전액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거액을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경제적으로 급격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 우리 법원은 자녀들의 양육 형태, 실제 소요된 양육비,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등을 감안하여 부담해야 하는 양육비를 적절히 조절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혼자 자녀들을 키워온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거액의 양육비 부담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가 된다면, 그 또한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A의 경우와 같이 거의 20년 전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양육비 청구에도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인지가 문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의 협의 또는 법원의 결정에 의해 구체적인 양육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에 대한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A는 이혼 소송을 통해 과거 양육비 청구까지 충분히 가능하다.

자녀 양육은 마땅히 부모가 함께 해야 한다. 만약, 어느 한 쪽이 그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면 다른 상대방은 양육비의 형태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고, 그것은 과거양육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구체적인 권리를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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