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수필가

요즘 ‘미투운동’이 탄력을 받아 이곳저곳에서 봇물 터지듯 나온다. 이 정도까지였나 싶으리만큼 증언이 늘고 있다. 그런데 빙산의 일각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추행까지 더한다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필자도 돌이켜보니 젊은 시절 출퇴근길의 만원전철과 콩나물시루 같던 버스, 문전성시를 이루던 인기영화상영관, 발길이 넘쳐나는 번화가 등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묻지마 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런 경우 불쾌하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으니 ‘오늘 일진이 사납군’, ‘재수가 없었어’, ‘저런 쓰레기를 보았나’ 하며 툴툴 털어버리곤 했다.

불쾌에 그치지 않고 불안까지 더해지는 경우는 잘 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믿고 따르던 직장 상사나 동료, 학교의 선후배, 모임의 회원 등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에게서 생각지 못한 희롱이나 추행을 당한다면 따지기도 쿨 하게 넘기기도 곤란해진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불편한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

불쾌, 불안, 불편을 넘어 분노 유발로 이성을 잃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조금이라도 사랑과 정을 나눈 사이에서 발생한다. 비록 추행이었을망정 스킨십으로 승화했던 연인의 행동이 위의 두 경우와 같이 다른 이들에게도 뻗었음을 알았을 때는 기만당했다는 배신감에 분노가 솟구친다. 그리고 상대에게 향하던 분노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괴감으로 변해 스스로를 볶게 된다. 이것이 자존감 하락, 우울증, 대인기피 현상 등을 낳게 되니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입장에서, 인생선배의 입장에서 딸 같은 젊은 여성들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런 성향의 남자는 피하도록! 심할 때는 적극 피하도록!”

폭력성을 보이는 남자, 욕 잘하는 남자, 감정기복이 심한 남자, 변태 성향을 가진 남자, 씀씀이가 지나치게 헤프거나 전혀 쓰지 않는 남자, 매번 이벤트는커녕 기념일도 기억 못하는 남자, 늘 음주가무에 취해있는 남자, 남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주변에 여자가 많은 남자, 지나치게 말이 많거나 적은 남자, 눈빛이 음흉한 남자,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남자, 휴대폰 보여주기를 꺼려하는 남자, 투명・담백하지 않는 남자, 우유부단한 남자, 불평불만이 많은 남자, 게으른 남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남자, 결벽증이 심한 남자, 거짓말 하는 남자, 먼저 연락하지 않는 남자, 도덕적이지 않는 남자, 인성이 의심되는 남자,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하는 남자, 자신보다 센 사람에게 절절 매거나 아부하는 남자,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모른 척 하는 남자, 이기적인 남자, 모든 일을 엄마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는 남자, 애인이 있으면서 몰래 만나자고 하는 남자, 꽤 만났는데도 친구나 가족에게 소개시켜주지 않는 남자, 못생겼다고 구박하는 남자, 만날 때마다 한 가지씩 트집 잡는 남자, 사람들 앞에서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남자, 만나는 목적이 다른 데 있는 남자, 차를 자주 바꾸는 남자, 명품으로 휘감은 남자, 게임에 중독된 남자, 도박하는 남자, 한 번에 큰 돈 벌려는 남자, 뻥이 심한 남자, 자존심만 강한 남자, 단순무식한 남자, 가부장적인 남자, 싫증을 잘 내는 남자, 여자 덕 보려는 남자, 남을 이용하는 남자…….

열거하다보니 피할 남자가 참으로 많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래서 미투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또 비혼 여성이 급증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이참에 남자들이 보고 깊이 반성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무조건 잘하고 피해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보면, 남자들도 이런 성향을 가진 여자들은 조심해야겠다.

딸 같은 젊은 여성들이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위에 열거한 성향이 몇 가지 겹치는 남자들은 적극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 어정쩡하게 엮이다보면 불쾌, 불안, 불편, 분노하는 일이 많아져 결국 상처만 받고 끝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 역시 혹시라도 빌미를 제공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피해야 할 여자에 자신이 속하지는 않는지 뒤돌아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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