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전국연맹부이사장

지난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자제로 일시적 ‘쌍중단’ 효과가 나타나면서 평창올림픽 성공은 ‘기정사실(fait accomplish)’이 됐다. 문제는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정세다.

만약 3월 18일 평창 동계패럴림픽 종료와 함께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고, 이를 빌미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평창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게 얼마 전까지의 지배적 관측이었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수준의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 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 작전’을 트럼프가 실행에 옮길 경우 평창올림픽 이후 몇 달 만에 한반도의 무력 충돌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돌발변수로 등장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허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시 말해 온갖 전략자산을 동원한 최대 규모의 훈련, 즉 과거와 같은 대규모 키 리졸부·독수리 훈련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평창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일방적으로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 구조적 틀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이전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하지만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도 감지되고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대북 접근법을 수정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12일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몇 주 간의 내부 검토 끝에 북한에 대한 전술적 접근법을 한국과 연대하고, 북한에 예비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쪽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분명한 조처를 하기 전까지 압박을 계속하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북 압박을 계속하고, 미국은 북한과 탐색적 수준의 대화를 시작한다는 게 한·미 최고위급 차원에서 합의된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올리브 가지(olive branch)’를 내민 김정은의 의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와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화답하였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평화무드가 조성되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조성된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위장 평화 공세라는 말도 있고 대북 압박 공조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흔들어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대북 제재를 이완하기 위한 술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의 행보는 핵 무력 완성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진정성이 엿보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앞으로 2개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IOC를 비롯한 전 세계가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이 2개월 동안에 남북이 주도적으로 나서 평화와 통일을 향한 못질을 해 나가야 한다. 남북이 먼저 합의하고 북미 간, 북일 간 대화를 주선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로운 관리도 가능해진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보다 상수에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분단된 조국을 다시 하나로 만들고 평화를 이루는 일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개척하는 소중한 시간, 2개월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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