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사람들은 주변인들이 친절한 천사 내지 말 잘 듣는 집사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편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주변인의 소리가 높아지면 불편해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는 소리는 당연하게 여긴다. 갑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종종 갑질 비슷한 것을 하게 된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갑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086기가 활주로에서 방향을 틀어 탑승구로 되돌아갔다. 멈춰선 비행기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내렸다.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면서 발생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다. 상류층에 의한 ‘갑질’ 파문은 국민의 공분을 사며 한동안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다.

땅콩 회항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부천 현대 백화점 모녀의 갑질 사건은 대한민국을 또 한 번 떠들썩하게 했다. 백화점 고객인 모녀가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증언과 무릎까지 꿇린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갑질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까지 나왔다.

최근 미투 운동과 함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각계 각 층의 성폭행 사건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신분을 이용한 최고의 악덕 갑질로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다. 권력에 아부하고 쉬쉬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가해자뿐 아니라 알면서도 모른척한 혹은 알리기를 만류한 주변인 또한 가해 공범이다. 그나마 현재 국민의 88.6%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격려한다니 다행이다.

갑질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로, 예부터 지금까지 갑의 횡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어제의 을이 오늘 혹은 내일의 갑이 되면 참았던 기질이 드러나면서 갑질은 되풀이 된다. 공산주의 국가의 지도층이야말로 평등의 탈을 쓰고 혁명을 통해 얻어낸 갑의 자리에서 대대손손 갑질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삐뚤어진 노조 집행부, 권력의 맛을 아는 정치인들, 돈이면 다 되는 부유층들, 인성을 갖추지 못한 학자들, 자신만 소중한 이기적인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는 드러나는 갑질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서 무의식중에 종종 갑질을 하며 산다. 그것이 비록 하찮은 갑질일지라도 당한 누군가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갑이 되었을 때 남을 배려하는 겸손, 편안하게 해주는 인성, 을들을 위해 전사도 자처할 수 있는 용기, 마음을 읽어주는 감동을 준다면 을들이 알아서 따를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갑의 기질이자 리더십이다.

공산주의 국가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차치하고라도, 노조 집행부는 그것을 권력으로 남용하지 말고 진정으로 힘없는 노조원들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좋겠다. 정치인들 또한 당의 이익, 자신의 명예, 얼굴 알리는 일에만 나서지 말고 불이익이 오더라도 국민과 시민을 위한 옳은 일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그러면 ‘의원 연금 최저임금으로!’ 같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부유층들 또한 아낌없는 기부 문화의 선두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가진 것을 나누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면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그 천국에 갈 수 있다. 존경받는 학자들 또한 많아야 믿고 따르며 배우고 익혀 더 훌륭한 후학을 배출하는 밝은 미래가 온다.

우리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사람들임을 서로 인식하고 갑질은 이제 그만 접고 갑의 올바르고 진정한 기질과 리더십을 발휘하여 을들이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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