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학연, 지연이 없는 올림픽 경기 비디오판독

임효준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첫 번째 금메달, 윤성빈 선수가 이름도 생소했던 스켈레톤에서 두 번째 금메달, 최민정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국민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물론 아쉽게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 그리고 경기에 참가만 해도 영광인 선수들도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들이 의외로 익숙하다. 옛날 어렸을 때 다 해보지 않았는가. 비료부대 뜯어서 언덕배기 위에서 내려왔고 헌 장판 뜯어서도 타 봤다. 논바닥에서 썰매를 타며 내기를 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얼음위 팽이치기 종목은 왜 없을까? 동계올림픽 종목에 추가했으면 좋겠다.

여자하키 남북단일팀이 스위스,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0패를 당해 유럽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일본전에서 첫 골을 만들어 냈을 때 응원단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인위적으로 단일팀을 만들어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은 차치하고 남북이 한 팀이 돼서 치른 경기이니 자존심이 더 상했다. 물론 일본에도 졌지만 첫 골의 의미는 작지 않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 발표되고 추진되며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찮았다. 정치적인 해석은 당파의 이해에 따라 갈리니 그렇다고 하자. 일반 국민들 특히 20~30대의 부정적인 여론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공정성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고의 세월을 거쳐 피나는 노력의 결과 국가 대표선수가 됐다. 그런데 정치적인 해석으로 탈락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의 모습과도 같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토머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위원장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독일의 펜싱선수 출신이다. 독일도 동서독으로 나뉘어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그가 남북단일팀을 위해 노력을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방북을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가 선수단 엔트리를 예외적으로 추가해 기존 우리나라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사람 중에 두 사람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한 사람은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고 또 한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모두 그럴 만 하니 참석을 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이 우리나라를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린 인물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서 자유로웠던 그가 오직 실력만으로 대표 팀을 뽑았고 가부장적 리더십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히딩크 리더십으로 4강에 올려놓았다.

2010년 초 서울 플라자호텔 조찬 포럼에서 이재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감동적인 강연을 들었다. 히딩크 감독의 공정이 월드컵 4강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는 2만 불에서 3만 불 들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큰 장애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불공정이다. 이제 이것을 타파하면 조만간 4만불 시대로 진입하고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이 온다. 강연의 요지다. 최근 MB 관련 이슈를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니 착잡한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정사회를 화두로 던지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정국을 어렵게 만들었고 얼마 후 슬그머니 공정사회 화두는 사라졌다. 불공정한 시스템이 판을 치고, 시스템은 공정한 듯해도 콘텐츠는 불공정한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 계속 벗겨지고 있다.

쇼트트랙 경기가 끝나고 비디오 판독이 이루어진다. 멏 번이고 돌려보는 그들에게 무슨 혈연, 학연, 지연이 있을까? 규칙과 기준에 따라 판단이 내려진다. 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정국으로 들어갈 것이다. 선거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비디오판독을 하여 불공정한 후보를 확실히 탈락시킬 일이다. 공정한 시스템, 공정한 콘텐츠,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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