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SNS,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

최근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국민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5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7년 12월과 금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은행권 채용실태 조사 후 취한 조치다. 그러나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진행돼 상당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와는 다르게 대단히 미흡하다. 이미 그사이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등 대응을 철저히 한 것은 아닐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의 채용비리가 밝혀져 금융감독원 관련임직원과 우리은행 전 은행장의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내부 고발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채용비리 고발센터가 발족돼 운영되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바람직하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채용비리가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을 잘 아는 한 인사는 A은행과 B은행 임원의 자녀가 교차로 채용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결과를 보고 분노, 안도, 그리고 희망이 교차한다. 정말 그렇게까지 썩었나 탄식하는 국민들의 ‘분노’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없이 고쳐 쓰고 입사지원, 서류전형, 실무자 면접, 임원면접, 결과통보 등 일련의 과정에 번민과 낙담을 하던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느낀 ‘분노’ 말이다. 아 이제는 그런 채용비리가 사라져 온전히 실력에 의해 결정되겠구나 하며 저렇게 처참한 채용비리의 먹잇감은 되지 않겠지 하는 ‘안도’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지만 제자들에게 온간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지 않아도 되는 가느다란 선생들의 ‘희망’말이다.

이제 대학의 졸업과 입학시즌이다. 2월 9일에 학위수여식이 있고 22일에 신입생 입학식이 있다. 이번에 졸업하는 안산대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자체집계 결과 72.5%이다. 수도권 전문대학 7위 또는 8위 정도이다. 학생들의 취업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채용비리와는 또 다른 두 가지 높은 벽을 다시 발견한다. 하나는 ‘고용없는 성장’의 우리 경제구조이며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 ‘진입채널의 제한’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집계해 수정 분석을 해보았다. 1967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평균경제성장률은 12.2%, 1977년부터 1986년까지 10.1%, 1987년부터 1996년까지 9.7%, 1997년부터 2006년까지 5.5%, 2007년부터 2016년까지 3.6%이다. 최근 50년 동안 평균 7.4% 성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전 이야기이고 이제는 3.0% 성장이 관건이다. 그런데 경제성장을 하면 무슨 소용인가. 과거 생력화라 하여 콘베이어 시스템 도입 등으로 시작된 인력감축이 이제는 지하철도 기관사 없이 다니고 자동차에 자율주행차라 하여 운전기사가 사라질 조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 했던가. 고용없는 성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입쇠고기 집회에 금융 저신용자와 분노한 젊은이들이 유난히 많이 참석하는 모습을 본 후 저신용자 금융대책과 반값등록금 등 청년대책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공기업 및 금융기업 채용에 지역할당제와 전문대학할당제가 부분적으로 시행됐다. 4년제 대학과 특성화고 위주의 취업정책이 완화돼 전문대학에 한 가닥 희망을 주었으나 지금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조족지혈에 불과하지만 채용비리문제가 대두되고 극히 일부 비리에 대한 사법적 절차가 진행돼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초고속,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이기 때문이다. 도처에 CCTV가 있다. 모두 SNS에 연결돼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졌다. 모든 게 밝혀진다. 다만 시일이 조금 걸릴 뿐이다. 서지현 검사 사건을 보면 안다. 청년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채용 부정과 비리는 이제 그만해라.

못된 짓은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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