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4일은 곧 봄이 온다고 알리는 전령사 입춘이었다. 그러나 한파주의보를 정식 발령할 만큼 살을 에는 추위가 대단했다. 그런 추위 속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스웨덴의 시범 경기가 열렸다. 인천선학빙상경기장이다.

615안산본부, 통일포럼, 안산새터민연합회, 새사회연대 일:다, 통일의병, 민족문제연구소 안산지부 등 안산 통일일꾼들을 중심으로 약 50여 명이 모여 삼삼오오 경기장으로 갔다. 응원을 위한 소품도 준비하고 맛있는 간식도 챙겼다. 그러나 입장권을 더 이상 구하지 못해 아쉽게도 가고 싶어 했던 많은 신청자들이 함께 하지 못했다.

경기장 앞은 삽시간에 모여든 3000여 명의 단일팀 응원단들로 그득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역 별로 응원 연습도 하고 기념 촬영도 하는 등 분주하다. 그런 가운데 예외 없이 약50여 명의 초라한 군상들이 길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시끄러운 확성기를 틀어대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든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다. 소음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이 쏟아 붓는 막말들, 저주의 악다구니가 듣는 모든 이들의 혀를 차게 한다. 작정하고 올림픽을 방해할 셈이다. 참으로 찌질 한 군상들이다.

취재하는 외신들이 많다.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만들어야할 터인데 자기들이 어렵사리 유치하고 자기들 스스로 깽판을 치는 이 상황을 어찌 보도할 지 걱정 이 앞선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 학생들도 많은데 이 아이들은 또 어처구니없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우려된다.

일본군국주의 망령이 되 살아나고 나찌스러운 저들의 행패가 우려스럽기도 하고 우수광스럽기도 한데, 한 분이 혀를 차면 작은 소리로 묻는다. "성조기는 왜 흔드는 거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양국의 국기가 올라가고 양국의 국가가 울렸다. 우리는 애국가 대신 민족의 한이 서리고 그 자체가 역사인 아리랑을 불렀다. 처음부터 목이 메여 부를 수가 없었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다들 목이 메고 심지어 눈물이 쏟아져 아리랑을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했단다.

남북이 하나라는 사실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타의에 의해 헤어진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고 우리 힘으로 다시 하나 되려 할 뿐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하나다”

2018평창겨울올림픽이 2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월 25일까지 대한민국 평창, 강릉, 정선 등지에서 펼쳐진다. 15개 종목 306개의 메달을 목표로 92개국 2,925명의 건각들이 각각 준비한 기량을 마음껏 펼치게 된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가 되었다.

한편,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와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4일 스웨덴과의 시범 경기장에서 벌어진 바와 같이 한국 내에서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들의 막무가내 흠집 내기가 문제일 뿐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올림픽 개막식 전날 북한의 건군절 군사 퍼레이드 조짐, 미국의 여전한 대북 강경 제재 기류 등이 그런 우려를 키운다. 이럴수록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발판삼아 국면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한파를 녹이는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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