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논설위원.

착한 고기, 착한 가격, 착한 여행.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같은 홍보 글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정 커피, 공정 여행도 같은 맥락에서 뜨는 단어들이다. 착한 여행과 공정 여행은 환경과 문화와 현지인들을 고려한 바람직한 여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여행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이번 여름은 착한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환경운동연합은 지구를 살리는 착한 여행을 즐기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한 바 있다. 그 첫째가 대중교통으로 국내 여행하기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교통수단을 배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 동우회가 속속 생기고 있는 추세다. 대중교통버스를 타고 여행하면 온실가스도 줄이고, 여행비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가 걷기와 자전거로 즐기는 여행이다. 제주올레와 지리산 옛길 걷기를 통해 걷기 여행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마을의 구석구석, 감귤농장과 당근밭, 무밭에서 나는 싱싱한 야채와 채소를 바라보며 걷기도 하고, 거대한 풍차가 돌아가는 모습에 하염없이 감탄하며 서 있기도 하는 곳이 제주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 인적 드문 해안 길을 달리는 기분이 정말 환상적이다. 호텔보다 민박을 하면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서 따온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길을 탐방하는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세 번째가 지역 먹을거리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그런 여행이 아닌 현지에서 나는 특산물과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환경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지역민들이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여행하면 추억도 몇 배 더할 것이다.

네 번째가 전자제품 없는 여행이다. 모 전자회사의 광고처럼 가끔 휴대폰을 꺼두고 여행하는 것도 좋다. 텔레비전, 휴대폰, 인터넷, MP3, 게임기 등 여행지에서만이라도 전자제품을 멀리하고 하늘의 별을 보며, 시냇물에 발을 담그며, 옥수수를 먹으며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워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다섯째가 일회용품 없는 여행이다. 여행 떠날 때 바리바리 짐을 싸갈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들만 준비하고 급한 것은 현지에서 조달해 쓰는 여행. 여행지에서는 작은 수건을 여러 개 준비해서 휴지 소모를 줄이고, 세면도구도 여러 명이 함께 쓸 수 있도록 공동으로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이제 여행도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공정 여행을 추구하는 착한 여행의 시대다. 관광지와 피서지를 와 몰려다니는 여행이 아닌 마음에 담는 여행,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여행,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계획해보면 좋겠다. 너무 한 기간에만 몰리는 것도 교통체증만 부추길 뿐이다. 특별히 그 기간이 아니어도 된다면 가을, 겨울 등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여행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여행, 휴가 운운하는 것이 사치일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행을 떠나는 일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활력소가 된다. 무작정 안 가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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