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논설위원)

영화관도 모자라 ‘맥스’ ‘하우스’ ‘씨네’ 등 외래어가 판치는 세상에 극장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강릉 주문진의 ‘꽁치 극장’ 얘기가 최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문·전·성·시)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주문진 수산시장 3층 옥상에 마련된 ‘꽁치 극장’ 얘기다.

주문진에서 생산되는 어종들로 프로젝트 이름을 붙이다보니 ‘꽁치 극장’ ‘오징어 갤러리’ ‘복어 갤러리’ ‘극단 놀래미’ 등 우리 식탁에서 친근감 있는 어종들로 프로젝트 이름이 정해진 것이다. 이제 출발했으니 그 성과야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최근 침체되어 있던 시장에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시장 신문 ‘펄떡이는 주문진’은 상업적 공간으로만 머물던 주문진을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대안문화공간운동이 이처럼 참신한 프로젝트로 거듭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이다. 폐염전이나 폐쇄된 도심 공장, 대형 상가 건물 옥상 등은 대안문화공간으로 더더욱 좋은 곳들이다. 전시적인 대형문화공간을 새롭게 짓기보다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한 작은 자투리공간을 활용한 공간 활용은 도시에 활력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우리도 몇 년 전에 코스모스재단에서 공모한 소원프로젝트에 청소년을 위한 대안문화 공간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상상공간옥탑방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유사한 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다세대주택 3층 옥상과 옥탑방을 중심으로 문화공간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꿈꾸는 문화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주된 사업 내용을 보면, ‘상상계단 만들기’ ‘울타리 너머 세상 밖 이야기-다양한 우리 동네 사람들 사진 전시회’ ‘지도로 만들어보는 우리 동네 이야기’ ‘콜로키움 세우기-우리 지역 달인 초청 토론회’ ‘북카페 만들기-나를 바꾼 한 권의 책으로 꾸미는 작은 도서관’ ‘물 건너 바다 건너-나를 찾는 여행, 제주 올레’ ‘옥상 위에서 펼치는 음악회’ ‘마을주민과 함께 하는 옥상 위 추억 만들기’ ‘그까이꺼 시낭송회’ ‘내 얼굴 자화상 전시회’ 등이다.

우리는 이 사업을 위해 옥상에 페인트칠을 하고, 벽면에 그림을 그리고, 북카페 만드는 일에 열심을 냈다.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모여 있는 작은 동네에서 무슨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공간들이 문화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삶에 지친 청소년들과 마을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줄 수 있다면 옥상은 방치된 공간에서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문화공간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자주 찾기 힘들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가까이 아이들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마을 공원, 놀이터, 노인회관 옥상, 종교시설 등도 얼마든지 대안문화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에는 너무 법의 잣대를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공간이라야 오래 간다. 우선 대안문화공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바란다. 우리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그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안다. 우리는 최근 이런 고민을 하다 우리가 머물고 있던 건물과 건물 사이에 방치된 15평 정도의 작은 자투리 공간을 발견했다. 이곳에 마을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는 의견에 따라 요즘 건물주와 타협 중이다.

고민하고 꿈꾸다보면 주문진 ‘꽁치 극장’과 같은 대안문화공간이 우리 안산에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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