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똑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겨울 추위가 심한 해일수록 봄의 나뭇잎은 훨씬 푸르다. 사람도 역경에 단련되지 않고서는 큰 인물이 될 수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

 

겨울이 되면 사과나무나 포도나무 같은 과실나무는 봄부터 가을까지 분주했던 제 역할을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농부들은 새로운 해에 더 품질 좋고 풍성한 수확을 위해 쉬고 있는 과실나무에 가지치기를 해주느라 한창 바쁘다. 새봄 새움이 돋기 전에 하는 겨울 가지치기가 1년 농사의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과실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나뭇가지의 일부를 잘라 주는 일이다. 쓸데없이 웃자랐거나 움돋은 가지, 부러졌거나 죽은 가지, 병에 걸린 가지, 교통에 지장을 주거나 방해가 되는 가지, 전망을 가로막거나 나무 모양을 망치는 가지, 공기순환과 햇볕을 방해하는 가지, 상처가 생겼거나 생길 가능성이 있는 가지 등이 대상이다.

흠 없고 탐스러운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겨울철 가지치기뿐 아니라, 봄철 꽃 솎기, 여름철 잎 솎기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한다. 필자도 지인의 과수원에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갔다가 종일 잎만 따다 온 기억이 있다. 이제는 한 알의 과실이 수확되기까지 반복되는 노동의 대가를 알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얹어 맛있게 먹는다.

농부가 게으르거나 여린 마음에 쓸모없는 가지를 방치한다면 그해 좋은 열매 맺기는 실패할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시험기간에 공부 외에 게임 등 다른 곁가지에 자꾸 신경을 쓴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결혼을 앞둔 남성이 신붓감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길을 돌린다면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제대로 못할 게 뻔하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아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가지가 너무 많으면 잎만 무성할 뿐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분주하기만 한 영양가 없는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다 필요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건강하고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잔가지를 잘라내는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

적당한 때가 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이맘때가 인생 가지치기에 있어서도 적당한 때 같다. 그동안 벌려놓았던 일들 중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고 새로운 희망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 돋울 수 있도록 스스로 부지런해져야하고 과감해져야하며 슬기로워져야한다.

필자는 새해 들어 연약한 육체의 건강한 삶 유지를 위해 음주가무와 과식을 첫 가지치기로 정했다. 음주가무는 그다지 즐겨하지도 않았지만 체질상 잘 맞지 않아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경험에 의한 결정이다. 과식은 위와 장이 약해 조금만 많이 먹으면 부작용에 시달림에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독해져야 한다.

다음 가지치기로는 글 쓰는 일에 방해되는 자잘한 모임의 수를 줄이는 일과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좋은 소재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모임을 자꾸 만들지만 정작 글은 한 줄도 못 쓰고 오지랖에 빠져 허우적대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허망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할 바에야 아예 놓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가지를 치는 그 순간은 아픔이고 시련이다. 하지만 이겨내면 곧 새움이 돋고 꽃이 피고 잎이 자라며 달콤한 열매를 안겨준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래서 희망적이다. 봄의 환희가 기다릴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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