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캠프 데이비드의 대통령 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며 “우리는 (북한과) 매우 평화적이고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북이)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 바란다.

이런 대화를 통해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면 모든 인류와 전 세계를 위해 위대하고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심지어 “김정은과 통화하는 데 전혀 문제없다"는 말까지도 했다.

급기야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계획되었던 한미연합훈련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 그리고 9일 역사적인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놀라운 일이지만 좋은 일이다. 그동안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했고 한반도에서의 이니시어티브를 일견 즐기는 듯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싸움은 매우 유치하고 품위도 없었다. 그런 그들의 태도 변화는 어쨌든 긍정적이지만 조심스럽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북한은 선수단은 물론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한다. 올림픽 전야제는 남쪽의 평창과 북쪽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동시에 열린다. 개회식에 남북이 동시에 입장하고 올림픽 기간 내내 남북은 공동응원을 펼친다.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에 넘치고 세계는 진심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대해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이게 꿈일까? 아니 비록 꿈일지라도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남북관계 개선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대는 해도 좋지만 환상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미 핵항모 ‘칼빈슨 호’가 5일 한반도를 향해 출항했다는 뉴스가 주목되는 이유다.

남이 북에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남북고위급 회담의 정례화, 설 명절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해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남북 민간교류 그리고 남북군사회담과 남북 간 핫라인 개설 등을 꼽을 수 있다. 북이 받기에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들이 남북관계 개선에서 필요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현 시기 남북관계 개선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 일회적 이벤트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탄탄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하자면 선차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한반도의 비핵화,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문제를 비롯해 5.24조치 해제문제 그리고 금강산관광 재개문제와 개성공단재개 문제 등이다. 다들,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결코 작지 않은 장애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능동적으로 자주적으로 풀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맞이하게 되는 4월, 남북관계 개선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대북전쟁훈련인 키리졸부 훈련이 한반도에서 다시 벌어진다는 것을 상상해보자. 원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의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한 정부의 입지는 극히 제한적이고 운신의 폭은 크지 않다. 따라서 남북 간의 신뢰와 진정성을 회복하는 선제적 조치를 우리 정부가 먼저 주도적으로 단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운전석이 우리 것이다.

정권 초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실시하고 남북 화해와 협력이라는 확실하고 불가역적인 조치에 대못을 박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 내내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해 진다.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을 계기로 외세의 간섭을 줄이고 자주적으로 남북관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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