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도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었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행복할 수 있었네” - 이정하 ‘고슴도치 사랑’

고슴도치는 등과 옆구리에 털이 변형되어 생긴 1만 6천여 개의 가시로 덮여 있다. 이 가시들은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랑을 나눌 때, 장난칠 때, 새끼를 기를 때 잘못하면 상처를 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 이렇게 많은 가시를 가지고도 사랑을 나누고 장난을 치고 연약한 새끼도 건강하게 잘 길러낸다. 어떻게 하는 걸까? 그건 바로 가시와 가시 사이를 조심스럽게 잘 연결해서 서로 찔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것이 고슴도치의 사랑 나눔 법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 한다’ 라든가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은 비단 같다고 한다’ 등의 속담도 있듯이 예전에는 못생기고 못난 동물 하면 고슴도치를 떠올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관심이 쏠리더니 가정에서 애완동물로 키워지면서 관찰을 통해 매력덩어리로 예쁨을 받고 있다. 더불어 여러 교훈과 지혜도 얻는다. 고슴도치의 사랑 법이 그 중 하나다.

이상하게도 가까워지기 전에는 예의를 갖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 애쓰다가도 가까워지면 친해서 또는 편해서라는 핑계로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 같은 단계에 이르면 자기중심적으로 변해 조금의 섭섭함도 참지 못하고 상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갈등과 다툼이 빈번이 일어나고 결국 관계 또한 틀어져 소중했던 사람을 잃고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우리 속에는 가시가 쌓여있다. 살면서 생긴 가시들이다.

평상시에는 잘 숨기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드러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가까울수록 더하다.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가시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 속에 쌓인 가시를 가지고도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맘껏 사랑할 수는 없을까? 맘껏 안아줄 수는 없을까? 다행히 있다. 이미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슴도치 사랑 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서로의 살은 찌르지 않을 정도의 일정 간격 두기, 가시와 가시 사이 비껴나기, 돌발 행동 하지 않기, 가시에 힘주지 않기,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가기, 상대가 아파하면 언제든 물러서기 등의 약속과 훈련을 통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처음부터 마음처럼 잘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꾸 시도하다보면 분명 기대 이상의 결과로 보답 받을 줄 믿는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두루두루 함께 가야 한다.

모두가 가시를 가지고 있지만 인내와 배려로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인데, 내 가시만 자랑하고 드러내며 으르렁 거린다면 결국 주변에 남는 사람 한 명 없는 외로운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내 가시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도 가시가 있어 나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날 선 말보다는 격려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서로서로 살피고 아껴야 하겠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이 가시가 살갗에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또 현명하게 관계 맺고 사는 지혜를 배운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