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권 (안산대학교 금융정보과 교수, 학생취업지원부처장)

 

 

지난 12월 8일 오전 8시 40분 비트코인 가격이 2천 455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후 11시간이 지난 오후 7시 25분 1천 624만원으로 폭락했다. 무려 831만원이 하락했다. 아침에 1비트코인을 샀다면 경차 1대가 사라진 셈이다. 황홀한 아침에 참담한 저녁이 됐을 법하다. 천당에서 지옥이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자 월 300만원을 받던 직장인이 하루 이틀에 자신의 월급을 벌자 직장을 아예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나섰다고 한다. 증권회사 퇴직자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비트코인 전업투자자 이야기는 생경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상황이 심각하다. 부동산 투자 이야기를 하던 아주머니, 취업준비에 몰두하던 취업준비생, 사실여부는 확인이 어렵지만 이제 청소년까지도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가 거액이 필요한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는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국내 3대 가상화폐거래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간단한 인증절차를 밝고 현금을 계좌로 송금하고 비트코인을 사고팔면 된다. 부동산투자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면 가상화폐투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이루어지니 청소년층 접근성이 좋다. 경마, 경륜 등이 본래의 취지를 이탈해 투기 또는 도박으로 변질돼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하나 더 추가됐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가상화폐다. 개인 대 개인(P2P, peer to peer) 기반 분산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며, 공개 키 암호 방식 기반으로 거래를 수행한다. 2009년부터 100년간 2,100만 비트코인만 채굴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지금 약 1,700만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다. 2011년 1 비트코인 가격이 1달러가 이제 2만 달러까지 올랐다.

새로운 금융의 하나로서 가상화폐의 등장은 기존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은 가능성이 있다. 가상화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거래량 순으로 일본, 미국, 그리고 한국이다. 미국은 시카고 옵션 거래소가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인정했고 일본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비트코인 가격 폭등 등 문제가 불거지니 이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지에서부터 지난 1월 시행된 P2P대출 가이드라인처럼 일종의 거래제한 등이 될 듯하다. 금융위원회가 아닌 법무부에 관련 태스크 포스를 만든 것을 보면 금융 대책이 아니라 범률 대책이다. 정부가 세 번의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및 주거복지 로드맵, 이제는 가상화폐 대책으로 참 바쁘다.

국제무역기구(WTO)가 발표한 2015년 무역규모는 중국 3조 9,570억 달러로 3년 연속 1위, 2위 미국(3조 8,130억 달러), 3위 독일(2조 3,790억 달러), 4위 일본(1조 2,730억 달러), 5위 프랑스(1조 73억 달러), 그리고 한국이 9,630억 달러로 6위이다.

또 국민총생산(GDP)을 살펴보자.

미국이 19조 3621억 2900만 달러로 단연 1위, 중국이 11조 9375억 6200만 달러로 2위, 일본이 4조 8844억 8900만 달러로 3위이다. 그 뒤를 이어 독일, 프랑스, 영국, 인도, 브라질,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대한민국 1조 5297억 4300만 달러로 11위이다.

세계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한국 원화로 결제된 비중이 지난 12월 6일 기준 21%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북한 핵 리스크로 국내 투자 대신 가상화폐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역규모 세계 6위, 국민총생산 11위, 이제 가상화폐 21% 국가가 됐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영국에서 처음 자동차가 도입될 때 한 사람이 자동차 앞에 함께 걸으며 행인에게 차가 지나간다고 알리도록 한 법을 제정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선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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