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종(하지알카리수주식회사 대표 /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4.16 참사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안산에서 이제 슬픔을 딛고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자는 취지를 담은 시민발의 조례안이 부결됐다.

지난 5일 안산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4.16 정신을 계승한 도시비전 수립 및 실천에 관한 기본조례’안을 심의, 의결했으나 문복위 전체 6명의 시의원 중에 자유한국당 소속 윤태천, 김정택, 홍순목 이렇게 3명의 시의원이 반대함으로서 부결되었다.

도대체 안산에서 왜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반복되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

‘4.16 기본조례’는 안산이 갖고 있는 아픔을 언제까지나 안고 가자는 조례가 아니다. '4.16 기본조례'는 4.16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언제까지나 반복하고 확대, 재생산하자고 만드는 조례도 아니다.

'4.16 기본 조례'는 이제는 안산도 참사의 아픔을 뛰어 넘고 슬픔을 승화시켜 극복하고 새로운 도시비전과 희망의 안산을 만들어 보자는 안산시민들의 소망을 담은 '안'이다. 그러므로 '이제 세월호 지겹다!' '언제까지 세월호냐!' 하시는 분들이야말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차원에서라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조례안이다.

특별히 이 조례는 안산시 최초로 8,796명의 안산시민들이 서명으로 청구, 발의된 소중하고 역사적인 '안'이다. 또 많은 시민, 시민단체들과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하였고 지나치리만큼 보완한 ‘안’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많은 안산시민들이 반대한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는 안산시민들의 열망을 짓밟고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에 눈 감고 귀 막는 지극히 정파적인 소행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8,796명의 조례 청구인 일동과 63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4.16안산시민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서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담은 ‘4.16 기본 조례’를 부결시킨 시의원들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일부 시의원들이 민주주의 기본인 주권재민을 무시하고 권력과 기득권이 권리인 양 착각하는 것은 그들의 소양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선거 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즉 한 선거구에서 2인을 선출하는 어처구니없는 현행 기초의원 선거 제도는 대부분 양대 정당이 한 석씩을 나누어 갖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제3당이나 무소속으로 시의원에 당선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동안 안산시의회에서 제3당이거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례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치부되는 이유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기초의회에서조차 제3의 목소리를 대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시의원들은 시민들을 바라보고 정치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을 쳐다보고 정치를 한다.

현행 선거 제도는 바뀌어져야 한다.

생활정치 영역인 풀뿌리 기초의회는 시민 밀착형 형태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다양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로는 시민과 호흡하는 소신 정치가 아니라 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치인들을 양산할 뿐이다.

다행히 서울시가 이 불합리한 현행 선거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나섰다.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각 자치구 지역구 선거구 가운데 2인 선거구를 통합해 4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초안을 마련, 각 정당과 자치구 의견을 듣고 있다고 알려 졌다.

시민 사회와 학계에서는 4인 선거구 확대는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줄이고 제대로 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고 있다. 이제 정치인도 정당도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 주권을 보호하고 표의 등가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기초의원 선거 제도의 개혁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통합하여 3~5인 선거구로 대폭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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