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의 임무는 집행부가 추진하는 시책들을 견제하고, 안산시민의 세금이 적재적소 잘 사용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일이다. 그래서 의정비를 받는 것이고, 그래서 일반 시민들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안산시의회를 보면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린 듯하다. 공무원들이 직무를 망각하고 단속을 회피하는 데도 침묵하고, 대형 민원이 두려워 수백 억의 예산을 그냥 쓰려 하는데도 모른 체한다. 심지어는 서류까지 조작하는 산하기관장에 대해서도 대충 꾸짖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시의원이 초선 때는 눈치를 보지 않는다. 행정사무감사 때는 모자란 부분을 메우기 위해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해 날카로운 지적을 심심치 않게 터뜨린다. 아울러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선배 시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고, 타 도시를 벤치마킹한다. 해외 연수도 나가 선진지 의회를 견학하고, 배울 점이 있으면 안산시로 도입하기 위해 애도 쓴다.

그런데 재선이 되고 3선이 되면 그러한 본연의 임무보다 더 큰 위치로 도약하기 위해 땀을 쏟는다. 연구와 공부보다 행사나 지역구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각 동마다 힘 꽤나 쓰는 지역주민과의 유대를 위해 학연 지연 등을 총동원한다. 특히 지역 정가에 힘이 있는 국회의원이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위원장과의 친분을 두텁게 하기 위해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귀가하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시간과 땀, 돈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최근 안산 반월공단 내 불법현수막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1달이 지나고 2달이 지나도 과태료 부과건수는 여전히 ‘0’이다. OK저축은행 현수막도 마찬가지다. 불법사안이 발견돼 민원을 넣으면 ‘자진철거를 유도 중’이라는 답변을 늘어놓는다. 불법현수막 걸리면 단속반이 나서 강제철거를 하는데 유독 OK저축은행 배구단 현수막은 유독 자진철거를 고수한다.

최근 지역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동 90블럭 학교용지 문제에 대해서도 대다수 안산시의원들은 눈을 감고 있다. 오는 12월 안산교육청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면 사업시행자 임을 인정하는 셈이 돼 중학교와 고등학교 부지 부담도 떠안아야 함에도 법적 소송을 강력히 요구하는 의원이 거의 없다. 물론 소송을 하면 초등학교 건립이 지연돼 집단민원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원칙을 뒤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법부가 판단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시끄러워 질까 두려워 입을 막는 처사와 무엇이 다른가?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운행기록 일지를 조작해 시의회에 보고했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 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의원이 없다. 모두다 ‘모르쇠’로 일관한다.

모두 이러한 시의원에게 손에 공천장을 쥐어 준 각 당 당협위원장과 지역위원장의 책임이다. 각종 인사와 사업 나아가 더 높은 정치적 자리만을 고심하는 시의원들을 걸러내지 못한 탓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부터라도 단속하지 않는 공무원을 꾸짖고, 시 예산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고, 거짓말하는 단체장들의 연임을 막는 시의원을 시민들이 뽑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각 지역구 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들의 예리한 눈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

제발 일하는 시의원에게 공천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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