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필자의 주요 의뢰인들은 안산과 시흥에 거주하는 시민들이다. 그런데 4년 넘게 이곳에서 변호사활동을 하면서 항상 안타까웠던 것이 안산 법원(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항소심 재판부와 파산·회생, 그리고 가사사건과 소년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1심 결과에 억울함을 가진 의뢰인들에게 “항소심은 수원지방법원에 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멀어진 법정과의 거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의뢰인들을 다독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파산·회생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호사들 역시 힘들다. 안산에서 1시간 거리의 수원지방법원(주차하기 힘든 법원 가운데 하나이다)에 가는 일은 재판 이전에 운전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왜 안산은 지방법원이 될 수 없었을까? 안산에 법원이 생긴 2002년 이전의 안산시는 현재의 안산시와는 매우 달랐다. 인구도 적었으며 상록구와 단원구가 있지도 않았고 현재와 같은 다문화 거리가 생기지도 않았던 시기였다. 관할구역인 시흥과 광명의 인구와 산업체 규모와 교통인프라도 지금 같지 않았다.

그러면 현재 상황은 어떨까? 수원지방법원에는 성남, 여주, 평택, 안산, 안양 등 5개의 지원이 있는데, 안산지원의 경우에는 2016년 기준 관할 내 인구가 약 147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신안산선 착공 및 시흥 목감과 배곧 신도시 개발 등으로 추가적인 인구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이며, 무엇보다 원곡동을 중심으로 13만 여명의 외국인이 상주하고 있는 다문화적 지역특성을 갖추고 있어 위 5개의 지원 중에서 지방법원으로 승격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외부적 여건도 긍정적이다. 2019년 초 수원고등법원이 신설됨에 따라 안산지원도 지방법원으로서의 승격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안산지방법원으로 승격하면 안산시민들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법률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진다. 민사와 형사재판 항소 사건뿐만 아니라 행정 사건과 소년부 사건, 파산면책사건 등에 대한 관할이 확대되어 안산, 시흥, 광명 시민들이 사법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원지방법원이나 서울고등법원으로 가는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 두 번째로 당연하지만 현재의 법원 사건처리 속도 역시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위상이 강화된다. 현재 지방법원은 서울, 의정부, 인천, 수원, 춘천, 대전, 청주, 대구, 부산, 울산, 창원, 광주, 전주, 제주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들에만 설치되어 있다. 즉, 현 지방법원은 각 지역의 중심지에만 설치되어 있는데 만약 안산지원이 지방법원이 될 경우 안산시가 경기 서남부를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작년 1월부터 안산 내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을 가칭 ‘안산지방법원’으로 승격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시작되었다. 작년 말 드디어 안산지방법원 승격을 골자로 한‘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올 11월에는 안산시를 비롯하여 안산지역 각계인사와 단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공동추진위원회'를 최대한 빨리 출범하기로 하였다.

결론적으로 안산지원의 안산지방법원 승격은 단순한 시민들의 사법접근권 향상의 차원이 아닌 안산시의 중장기적 발전과 생존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이슈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안산·시흥 시민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