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혈세 270억 투입 재매입 앞두고 행정력 부재” 질타

안산시는 2016년 6월 20일 안산 사동90블록 복합개발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안산시장실에서 체결했었다. 사진은 제종길(사진 왼쪽) 안산시장과 안산사동90블록PFV(주)간에 안산시장실에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市 입장표명 기자회견 돌연취소…의회와의 소통채널 문제 드러내

최근 안산시 행정력 수준이 하한가를 치고 있다.

사동90블럭 시유지 땅(약 8천억 원 상당)을 매각하면서 몇 백억이나 되는 학교용지 부담 주체를 빼먹어 결국 부랴부랴 땅을 매입(예정)해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는가 하면 이 문제를 놓고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회견도 돌연 취소한 뒤 아직까지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산시는 최근 두 가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한 가지는 학교용지 부담문제를 두고 교육청과 갈등을 빚다 결국 행정력 부재로 270여억 원의 부지를 재매입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이 학교용지 부담문제를 놓고 안산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과정에서 나온 매끄럽지 않은 일정번복 문제다.

사동90블럭 학교용지 부담 문제는 아파트 건립이 시작된 뒤 수면위로 떠올랐다. 양측이 서로 학교용지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하라고 떠미는 사이 학부모들은 탄원서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약 4천여 명 이상이 서명하면서 지역사회 핵심 민원으로 불거졌다. 사실상 안산시는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자 안산시가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학교문제에서 만큼은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이 다툴 경우 굳이 갑과 을을 따지자면 안산시가 을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학교 설립 최종 승인을 교육청이 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던 13일 발표 내용도 안산시가 학교부지를 결국 매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매우 드물게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아파트 개발사업을 했기 때문에 학교문제 부담 선례가 없었다 치더라도 약 270여억 원이나 하는 경제적 부담문제를 안산시가 놓쳤다는 것은 행정력 부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구체적 부담주체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부분을 볼 때도 75만 도시 위상에 못 미치는 대목이다.

기자회견 돌연 취소도 석연치 않다.

최근 안산시가 학교용지 부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0억 예산을 써야하는가 하면 향후 시민단체 반달 및 시의회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진은 90블럭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안산시는 11월7일 ‘사동 90블럭 학교공급방안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약 30분 뒤 ‘시의회 설명 후 기자회견 날짜를 재공지 한다’는 문자를 송출했다. 안산시가 만약 시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자회견을 연기했다면 사전에 의회와의 소통채널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의 돌발질문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이라면 책임모면이란 질책을 회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민단체인 안산시민회 이병걸 회장은 “이번 학교용지 사태는 안산시가 시유지 11만평을 8천억이 넘는 가격으로 매각해 아파트 등을 건립하는 ‘사동90블럭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매끄럽지 못한 행정을 보인 사례”라면서 “비싸게 다시 사든지 매각 당시 금액으로 매입한다 치더라도 학부모 반발을 볼 때 혈세를 투입해 재매입하는 사태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번복 과정을 놓고도 안산에서 활동 중인 A기자는 “시청 내에 행정 전문가들이 즐비한데도 절차나 준비가 미흡해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의회와 사전협의를 추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면 시의회 설명 절차를 이행한 뒤 기자회견을 열 면 되는데 촌극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산시는 시의회 설명과 관련해 오는 21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의원총회 때 사동90블럭 문제를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공유재산을 매입 매각 할 때는 일정규모, 금액 이상은 시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의회 상정 전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의회와 사전협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번복한 것”이라면서 “매입금액도 업체와 계약 당시 매각 금액으로 재매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GS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고 있는 90블록 개발사업의 사업 주체가 안산시이기 때문에 안산1초 용지(1만6000㎡)를 무상으로 교육청에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안산시는 90블록 개발사업이 민간업체에 의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학교용지를 유상으로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다 최근 학교용지 매입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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