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행사가 많다. 안산시 가을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취재 경력 13년 차 기자가 체험하는 정도면 시민들은 아마도 더 피부로 와 닿을 것이다. 청명한 가을 날씨 속에 시민들이 곳곳에 모여 전시도 즐기고, 체육활동도 하면서 화합을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모든 행사에는 돈이 들게 마련이어서 지역경제활성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부모님이 갑자기 돈벌이가 잘돼서 아이들에게 용돈을 많이 주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움을 얻게 되고, 또 슈퍼에서 빵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니 동네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아이들이 이 용돈을 수십 년 간 저축했다고 가정해보자.

부모들의 갑작스런 사고나 불경기에 보험료를 낼 수 있고, 병원비로 쓰일 수도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이 줄어들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진 않겠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크진 않지만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산시는 사동 90블럭 땅을 매각해 예산이 과거와 달리 2조가 훌쩍 넘는다. 그런데 가을철 행사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렇다면 그 행사 예산은 자체 예산으로만 진행될까? 그렇지 않다. 자체 예산도 있지만 안산시 보조금도 분명 일부 투입되었을 것이다. 모두 안산시의 재산이자 세금이다. 결국 돈이 많은 안산시가 각 행사에 용돈을 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시민들이 쓰게 한다는 적정 논리도 있지만 시 예산을 마구 쓴다는 오해도 불러오기 십상이다. 이 같은 오해는 지역 정치인의 말에서도 쉽게 일어난다. 안산시의회 A시의원은 최근 “아마 안산시 1년 행사 비용이 올해에는 100억 정도 될 것 같다”고 추측했다.

B의원도 “몇 해 전과 비교해 올해 유달리 행사가 많아 참석을 요청하는 단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시간을 쪼개서 참가하고는 있지만 집중도가 떨어져 사실상 무슨 취지의 행사인지도 모르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안산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문화도시이자 저소득층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다. 의료사각지대도 많고 범죄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안전시스템 구축도 완벽하지 않다. 만약 100억이라는 행사비가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연 30억 씩만 줄여도 3년이면 약 100억이란 돈이 모인다.

100억이면 그 어떤 부족함이 없이 센터 하나는 쉽게 설립할 수 있다. 그 센터가 의료분야일 수도 있고, 노인분야일 수도 있다.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행사가 어쩌면 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치인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단체가 지원금 신청을 했을 때 안산시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그 단체는 안산시를 좋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면 그러한 좋아함은 쉽게 아쉬움으로 변할 수 있다. 많은 단체들이 소문을 듣고 안산시에 몰려들 테고 그땐 이미 안산시 금고가 바닥이 난 상태 일수도 있다.

언제 일어날 지도 모르는 비상사태를 시가 한 번 쯤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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