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를 연고지로 사용하는 스포츠 구단은 안산시 ‘팬심’을 먹고 산다. 팬심을 먹고 산다는 것은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펼치는 응원도 밑바탕에 있지만 바꿔 말하면 안산시민들이 티켓을 구매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과거 안산시를 연고지로 사용한 안산경찰청축구단은 2014년 정규리그 2위라는 출중한 기록으로 K리그 입성을 두고 플레이오프 전을 치렀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이후 이 축구단이 아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안산시에는 현재 시민프로축구단인 ‘안산그리너스FC’가 챌린지리그에 몸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안산그리너스 FC의 구단주는 제종길 시장이지만 대표이사직은 안산시 기업인 출신이 맡고 있다.

안산에서 돈을 벌어 세금도 안산시에 꼬박 내는 기업인이 안산시 예산이 투입되는 스포츠 구단의 요직을 맡아 상당한 금액을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에서 돈을 벌어 다시 안산시 연고지 스포츠 구단을 맡으면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 논리로 보면 선순환 구조를 띠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순리를 벗어나는 안산시 연고 스포츠 팀이 있다.

프로배구단 ‘OK 저축은행’ 이야기다.

과거 이 배구단의 명칭은 ‘러시앤캐시’였다. 러시앤캐시 배구단은 안정적인 훈련을 소화할 체육관이 필요했는데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이 완공되면서 안산시와 러시앤캐시 배구단의 접촉은 시작됐다.

하지만 러시앤캐시는 당시 대출업체 중 제2~3금융권으로 높은 이자율 탓에 서민들로부터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았다. 안산시도 이러한 부담을 느꼈지만 심사숙고 끝에 안산시와 연고계약을 맺게 된다.

배구단 명칭도 ‘OK 저축은행’으로 변경됐고, 월드스타 김세진이 감독직을 맡으면서 고리대금 대출업체의 이미지도 상당히 축소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 ‘OK 저축은행’ 경기 관중석은 누가 메우고 있을까?

상대 팀의 연고지에서 관중들이 안산시로 오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손은 바로 ‘안산시민들’이다. 물론 팬들의 입장권 구매가 그리 큰 수익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안산시민들이 OK저축은행 경기를 보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안산시에서 경기 일정을 홍보하고 선수단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안산업체와 계약하는 것은 어쩌면 순리나 다름없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최근 OK저축은행은 10월 프로배구단 개막을 앞둔 시점에 상록수체육관 실내·실외 홍보물 계약을 서울업체와 체결했다.

계약 금액만도 1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사기업이 누구와 계약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관중의 절반을 넘게 안산시민이 차지하고, 그로 인해 응원의 에너지에 힘입어 승리를 열망하는 팀은 지역경제활성화에 일조하는 것이 타당하다. 선순환이라는 띠 안에 함께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안산시 연고를 사용하는 구단이 안산시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홍보물계약을 타 도시로 넘긴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도행역시’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거꾸로 행하여 도리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안산시에서 아파트를 건립하는 대형 시공사의 경우도 안산지역 업체에 작은 공사를 배분한다. 안산시에서 이익을 얻어가기 때문에 일부 이익을 안산시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OK저축은행’은 안산시가 연고지이지 ‘서울특별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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