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대다수 대접받고 싶고 좀 더 편한 조건에서 근무를 바람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위가 높을수록 경력이 오래될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그러한 심리는 더 강해진다. 국회의원이 민방위를 받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특권을 누리기보다 오히려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공직자가 안산에 지난 7월에 새로이 부임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진수(李進秀) 부시장이 바로 그다.

이 부시장은 안산 출신의 공직자다.

1963년생인 그는 1994년 3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오산시 부시장과, 경기도 투자산업심의관, 부천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안산에 부임하자마자 조치한 지시는 비서 1명을 자치행정과로 보낸 것이었다.

보통 부시장의 경우에는 비서 2명이 수행 등의 업무를 보조하는데 1명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아래 공무원 1명을 타 부서에 배치시켰다. 일반 건설기업으로 치면 행정 업무를 보던 비서를 현장으로 돌려보낸 것과 마찬가지다.

이 부시장의 작은 변화는 계속 이어진다. 그는 ‘종이 없는 행정’을 도입해 그 동안 공직자들이 골머리를 앓아왔던 각종 보고서와 축사 쓰기 등을 대폭 줄였다. 공무원이 보고서나 축사 등을 준비하는 일은 여간 힘든 시간이 아니다. 작성 시 스트레스는 물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필요한 조건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시민을 응대하는 시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 부시장은 이러한 폐단을 이미 오래 전 인지해 안산시 공직사회에 고스란히 흡수시켰다.

반응은 꽤 좋았다. 구두 보고는 핵심적인 사안만 말하면 되는 까닭에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기 마련이다. 그 동안 격식이란 틀에 맞추고자 들였던 시간과 종이, 그리고 공직자의 에너지가 절약되는 효과를 낳았다.

심지어 구두로 보고할 때는 직위에 상관없이 함께 서서 청취하고 함께 논의한다. 어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부모의 소통법을 공직사회에 도입한 것이다.

마시는 차도 직접 타서 대접한다. 여비서가 근무하지만 그 흔한 기본적 대접조차 거부한다. 앉아서 어떤 차를 내오라고 지시하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부시장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변화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첫 부임하면 관사부터 자신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일은 흔한 광경이었다. 많은 공직자들이 집 구조를 바꾸고, 자신의 스타일을 관사에 접목시켰다. 그런데 이 부시장은 그저 청소만 주문했다. 리모델링은 커녕 그저 청결만 바랬다.

작게는 마시는 차에서 크게는 자신이 가끔 머무는 보금자리와 수행인력까지의 변화.

이러한 작은 변화가 안산시 공직사회를 변모시키는 나비효과가 되기를 바란다. 격식에 얽매이기보다 그 격식에 사용되는 힘을 아껴 다시 시민에게 돌려주는 행동을 실천하는 공직자가 안산에 지금 왔다. 게다가 안산 출신이라니 더 기쁘지 아니한가?

이진수 부시장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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