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장 이후, 계란에 손을 뻗는 소비자들이 꼭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난각코드다.

난각코드는 계란 유통업자가 생산지역과 생산자 등을 구분할 수 있게 표시하는 제도로 2010년 도입됐다. 생산지역, 생산자, 집하장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란껍데기에 표시해야 하는 번호로 현행 법령상 의무사항이다.

이를 위반하면 축산물표시기준에 관한 정부 고시에 따라 경고(1차)와 영업정지(2차, 3차) 등의 처분을 받는다.

정부는 이번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난각코드를 공개했다. 소비자들이 이미 유통돼버린 계란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난각코드의 허점이 있어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미디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난각코드를 도입하면서 표시 의무를 기본적으로 수집판매업자에게 지우되 생산과 판매를 함께 하는 농장은 난각코드를 자체적으로 찍을 수 있게 길을 터줬다. 그 결과 정부가 시행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서 난각코드를 아예 찍지 않은 농장들이 여럿 나왔다. 또 생산지역을 나타내는 고유숫자를 다른 지역으로 잘못 찍은 농장들도 적발됐다.

농식품 관계자는 “농가뿐만 아니라 계란 수집판매업자도 난각코드를 찍을 수 있어 여러 수집판매업체에 납품하면서 같은 농가의 계란에 서로 다른 난각코드가 표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TBC는 22일 난각코드를 찍지 않은 계란들이 대형마트 할인 행사 때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난각코드가 없는 달걀이 판매되는 현장과 스탬프만 있으면 생산표시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잊지 않았다.

어쩌면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오래전부터 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생산표시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으니 52곳 외 다른 농장에서 ‘부적합 계란’이 ‘정상 계란’으로 둔갑해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가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럴 일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정부는 연합뉴스를 통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계란이 엉터리로 출시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난각코드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다.

현재 각 지자체는 국민에게 농장 52곳의 난각코드를 공개하며, 더 큰 문제로 퍼지지 않게 막고 있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정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전에는 쉽사리 계란에 손대기 어려울 듯싶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살충제 계란’ 섭취를 놓고 영유아는 하루 24개, 성인은 하루에 126개를 먹어도 괜찮다고 발표했지만, 이 의견도 전문가들과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 중독이 문제지, 급성 독성 즉, 단기간 많은 양에 노출되는 설정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전문가는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발표하기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결국 또 소비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계란,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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