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순경 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어떤 영화일까?

어벤져스? 인터스텔라? 아니면 타이타닉? 여러 영화들이 떠오르겠지만 정답은 압도적인 관객 수 차이로 제임스 카메론의 2009년 개봉작 ‘아바타’이다. 무려 1330만 명이 관람했다는 이 영화는 가상의 세계를 구현한 컴퓨터그래픽도 놀라웠지만 지구와 멀리 떨어진 판도라라는 행성에 있는 생명체(아바타)를 원격 조종한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러한 아바타가 현실에서도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지난 4월 1일 안산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찰관들은 오랫동안 추적해왔던 도박현장을 급습하여 관련된 범인들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도박현장은 모두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마치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펜트하우스와 같은 모습이어서 신입수사관은 물론 오랜 수사경력을 가진 베테랑 수사관들까지도 당황하게 하였는데, 도박의 현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물건들은 하나도 없이 대형 모니터만 설치되어있던 그곳의 정체에 대하여 많은 의견들이 오고갔지만 어느 한명 명쾌한 답을 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그 후 이루어진 수사 끝에 범인들의 입을 해 밝혀진 그곳의 정체는 바로 영화 속 판도라 행성의 아바타를 조종하는 지구의 조종실처럼 도박이 자유로운 필리핀에 아바타를 보내어 원격도박을 할 수 있게끔 강남 한복판에 설치 된 아바타 도박의 조종실이었던 것이다.

도박이 불법으로 규정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물리적인 한계를 정보기술의 힘을 빌려 극복해 보려했던 그들의 시도는 장애를 가진 몸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되는 영화 아바타 속 결말과는 다르게 결국 모두 검거되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발달하는 정보통신기술을 범죄에 적용하는 범죄자들의 재빠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날로 발전하여 어느덧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현실을 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우리가 오랫동안 꿈꾸고 바라왔던 상상의 세계를 현실에 나타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그 반대편에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이를 이용하여 영화 속 판도라행성의 유토피아를 만들 것인지 강남 어느 오피스텔의 디스토피아를 만들 것인지는 이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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