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안산시의회 의원

전국 곳곳에서 바싹 마른 들녘에서 하루가 다르게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다 못한 농민들이 하늘의 힘이라도 빌려보자는 간절함을 담아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전국에 내린 비는 189.1㎜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누적 강수량으로 가장 적다. 평년에 견주면 절반에도 못 미치고 특히,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2%로 평년(59%)을 크게 밑돌고 있다 보니 혹독한 가뭄으로 인해 한창 푸르러야 할 농작물이 맥없이 시들어만 가는 모습을 두고만 봐야하는 농민들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이다.

안산지역도 예외 없이 올해 6월 한 달간 강수량이 전년의 48%에도 미치지 못하는 18mm로 가뭄이 확산•장기화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고온 현상이 지속돼 논물 마름, 밭작물 시들음 피해가 확산 되는 등 가뭄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마다 예비비 등을 긴급 투입해 물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안산시도 지난 6월 2일부터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며 경기도재난관리기금 2,400만원을 확보하고 급수차, 양수기 등과 함께 소화전을 이용한 소방차 투입 등으로 논마름 지역 96,439㎡에 농업용수를 긴급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뭄으로 인한 농업재해 피해예방 대책의 내용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각 지자체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재난 예방사업 및 재난 응급복구대책 추진 등 주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목적으로 재난관리기금을 조성 운영해 오고 있다.

안산시도 최근 3년간 보통세 수입 결산액 평균의 1%에 해당하는 전입금과 이자수입, 국도비보조금 등을 적립한 240억원의 기금이 있다.

그런데 최근 기상이변과 산업사회의 급속한 진전으로 발생되는 각종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재난은 늘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장비 구입과 시설물 관리, 재난 복구와 극복에 필요한 주민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된 것이 연도별 기금의 사업비 최초계획 대비 집행실적 비율이 2015년에 78%, 2016년 39%, 2017년 현재 29%로 수치가 줄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그 이유는, 국민안전처 재난관리기금 사용용도 지침과 안산시 재난관리기금 운용 관리 조례 제5조에는 가뭄재해지역 피해 대책사업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재난 극복의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예방하고 대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재난관리기금의 사용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만 운용해 온 행정의 경직성 때문이다.

우리 한반도가 최근 3년간 마른장마의 기상재해로 고통 받고 있으며 올 해에도 역시 마른장마가 예상되었음에도 비가 오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농작물이 타들어 가 농민들이 마음이 바싹 마르고 나서야 재난관리기금 곳간이 열려고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눈이 녹고 봄이 오면서부터 가뭄에 대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 선제적으로 기금을 투입하여 단기적으로는 소형 간이양수장 설치 확보를 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대형관정을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용수원 개발에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또한, 일부 지자체의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농업용수로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대부도, 양상동 등 일부 농촌지역에 하수처리 시설 미보급 지역에 대한 관정공급과 처리시설 설치 등을 조속히 완료하여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한다면 가뭄 해갈에 일정 부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며, 쌀농사에서 물이 적게 필요한 밭작물로 전환유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뭄 때마다 속 타는 농심을 달래는데 그치는 급수차, 양수기, 물백 등 지원은 도로에 난 포트홀을 그때그때 땜빵하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시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가뭄에 대한 예측과 철저한 대비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옛 속담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지하수 개발을 위한 우리시의 가용량을 사전에 확인하고 무분별한 소형관정을 억제하는 등 공공재로써의 지하수를 관리하는 한편, 농촌지역 가뭄피해 예방을 위해 간이양수장 시설, 저수지 준설, 대형 관정개발 등 중장기 대책을 안산시는 마련해 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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