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모른다는 것과 모르면서 모른 다는 것은 차이가 크다.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적이 있는 내용인데 아주 감동적이다. 어느 일류대학에서 강의 도중 학생의 질문에 “나도 모른다”는 답변에 학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교수의 답변이 “나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다”는 말에 학생들이 조용해졌다고 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는 오히려 당당할 수 있지만 모르는 것을 안다고 잘못 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또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란 쉽지가 않다.

어설프게 둘러 되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누구나 다 전문가다. 말 잘 하는 사람이 참 많다. 진짜 박사보다 더 진짜 박사 같은 사람이 많다. 소통의 방법에는 박사같이 말 잘하는 사람이 좋다. 하지만 때로는 말 잘하는 것도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서는 것은 거기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에 남자는 4,000마디 여자는 6,000마디를 해야 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가슴에 담고 있는 내용을 내 놓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지만 그런 환경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참 힘든 얘기다. 말하고 싶어도 아는 게 없거나 들어 줄 사람이 없을 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 는 생각을 해본다.

전문분야에 아는 게 많아도 그 분야에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 되어있다. 들어 주는 사람이 어떻게 들어주느냐의 문제인데 전문성만큼이나 제한된 표현과 제한된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모른다고 말하는 표현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쉽지 않다.

서로가 자연스레 말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도 충분히 갖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서로에게 벽도 크다. 벽을 단 번에 허물 수는 없지만 벽을 하나하나 열어 가는 것도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수 있다. 아예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을 누군가 먼저 화두를 잡는 것도 쉽게 생각하면 쉽지만 스승과 제자사이에 공감을 가지고 학문은 학문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강의가 재미없고 관심이 집중되지 못한다면 질문도 없고 또한 질문에 답을 하는 사람도 어떻게 대답을 하느냐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얘기하기 힘들다.

강의를 하다보면 돌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돌발 질문에 답을 하기 두려워 처음 강의하는 분들은 두려움이 극에 달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강의할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도 막상 강단에 설 때는 이런 두려움에 떠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여러 사람 앞에 인사말을 할 때는 원고를 미리 준바하면 덜 떨리고 자신이 있을 수도 있다. 준비된 원고 없이 하다가 실수를 하는 사람도 많다.

정확한 원고를 토대로 자신을 여러 사람 앞에 표현해야 할 때의 어려움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그냥 넘길 수 있는 부분이 여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진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자세는 경지에 이른 사람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일상생활 속에 앎과 모름의 차이는 백지 한 장 차이라고도 한다. 알아도 새로운 의견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을려나? 의문을 가지고 접근하면 참 좋다. 아닌 것을 우기기보다는 한 번 더 알아보고 접근하는 방법이 좋을 수 있다.

자존감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표현에 공감하는 표현만 해도 아주 효과적이다. 많이 알지 못해도 서로의 충분한 소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런 앎의 다름과 표현의 다름일 수도 있다.

굳이 모르는 것을 안다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아는 것을 모른 다고 하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일이다.

'나도 모른다'는 표현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배워야 할 많은 사람들이 나의 앎도 필요하지만 내가 배우려는 자세를 더 많이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서로가 관계하면서 서로에게 자신의 가득 참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의 앎을 좀 비우고 상대방의 앎을 공감하는 표현이야 말로 현대인의 절실한 여유의 공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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