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종(하지알카리수주식회사 대표 /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23일 오후 2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서거 이후 최대 규모로 거행되었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권양숙 여사 등 유족, 정세균 국회의장,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야권인사들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도 예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8년 전 불었던 노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풍이 재연되는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본인 재임 중에 가족들이 후원자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는 전 방위로 이루어 졌고 이례적으로 집요했다. 노무현 망신 주기와 노무현 일가, 친척 등 주변에 대한 가혹한 수사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심지어 검찰에 출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헬기까지 띠워가며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여 서거하였다. 향년 64세였다. 2009년 5월 29일 국민장이 엄수되고 7월 10일 유골이 봉하마을에 안장되기까지, 500만~600만 명에 달하는 추모 인파가 봉하마을과 전국 각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서울 광장에서 열린 노제에 참석하여 죽음을 애도하였다.

안산에서도 급히 장례준비위원회가 꾸려지고 정, 관, 시민을 대표하는 5명의 상주가 추천되었는데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현재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에서 십만여 명의 안산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슬프고 분노에 찬 ‘안산시민 장례식’을 치렀다. 그리고 7월 10일 안산시민을 대신하는 상주의 한사람으로서 마지막 봉화에 묻히는 그곳까지 함께 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쉽고 그리운 분이다.

노무현 서거 8주년을 맞아 새삼스레 던지는 질문이다.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의 정신과 가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노 전 대통령이 기치를 내걸고 실험했던 것은 참여민주주의다. 참여민주주의 확대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실험의 목표이기도 했다. 참여의 핵심은 자발성이다. 노무현 등장 이후, 선거운동원의 임의적 동원 같은 것은 과거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자기의 주장을 당당히 외칠 수 있었다. 참여는 약자의 특권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의 또 다른 실험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였다. 노무현 정부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대의민주정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조차 “대의민주주의가 정책 산출 과정이라면 참여민주주의는 정책의 투입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키고 관철하려했던 원칙과 소신은 ‘지역정치의 타파’다. 그는 멍청하리만치 어떻게 하든 지역분열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려 했다. 오늘날 문재인 정부의 탄생도 따지고 보면 노무현, 그가 돈도 조직도 없이 온 몸을 던져 추구한 ‘지역정치의 타파’에 힘입은 바 크다.

비주류 정치인에서 대통령, 대통령에서 아주 평범한 촌부로 살다가 8년 전 드라마같이 삶을 마감한 노무현, 노무현의 정치, 노무현이 꿈꾸던 나라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사람, 모두가 이로움을 쫓을 때, 홀로 의로움을 추구했던 사람, 노무현이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다시 묻는다.

“이제 사람 사는 세상은 만들어 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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