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권

2016년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다. 상록수역 앞 출근길,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총집결하여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7년 4월 13일 여전히 이곳은 역시 제19대 대통령선거 축제의 현장이다. 저마다 한 표를 달라며 인사를 하고 전단지를 돌린다. 고개를 들면 유세차량이 앞에 있고 플래카드가 길을 막는다.

잦은 선거로 세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선거가 있어야 좀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어제까지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도 이제는 예외가 없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사람도 이제 선거에 출마하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국민들은 즐겁다. 뻣뻣하면 그들을 나무랄 수도 있다. 좋은 세상이다.

영국에서 수도 런던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엽서에 적어 보내주신 분에게 상금을 주는 이벤트가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택시, 비행기, 기차 등 응모를 했다. 1등은 ‘동반자와 함께 가는 길’이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 또한 우리가 많이 들어본 미국 인디언의 격언이다.

우리는 ‘지도자’가 아닌 ‘동반자’를 뽑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들이 우매하니 국민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등 거의 매년 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지 없는 당선 없고 참여 없는 정치 없다.

4월 28일 밤, 5번째 주요 대선후보의 TV토론을 지켜봤다. 정치평론가들은 토론이 끝나자마자 A부터 C까지 학점을 매겼다. 점수를 매긴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허무했다. 경제 분야 토론이므로 당연히 가계부채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법에 대해 심층적인 토론을 기대했으나 그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의 김토일 기자와 김영은 인턴기자가 2017년 제19대 대선후보 가계부채와 금융공약을 정리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와 가계부채구조 질적 개선 등 가계부채 대책과 이자 상한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대책 등을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0대 공약에 주요공약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제시한 후보는 다섯 명중 한 명뿐이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http://ecos.bok.or.kr)으로 가보자. 2016년도 말 가계부채는 1,344조로 2015년 말 1,203조에 비해 141조, 2014년 말 1,019조에 비해 325조가 증가한 금액이다. 가계부채 1,344조는 국민 1인당 2,600만 원, 4인 가족으로는 1억 400만 원의 빚이다.

금리가 연 1% 오를 때 추가되는 대출금 이자가 1인당 연간 26만 원이며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104만 원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금리가 오르고 있고 우리나라도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먹고 살아야 할 돈이 이자로 다 나가게 된다.

1992년 미국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 당선됐다. 지금 주요 후보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각종 선거구호를 전면에 내세워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도 4월 21일 대통령선거 1차 투표를 마치고 5월 7일 2차 투표를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프랑스 대통령으로 모시자는 청원운동 소식이 있었다. 빌 클린턴이 우리나라 대선에 출마한다고 상상을 해보자. ‘바보야, 문제는 가계부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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