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종(하지알카리수주식회사 대표 /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2017년 5월 9일, 대한민국은 새로운 19대 대통령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한 어리석고 무능한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리치고 마침내 ‘혼용무도’의 4년을 끝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정국 속에, 그것도 대선을 통해 편 가름으로 ‘확신범’들이 되어 있는 국민정서 속에 얽히고설킨 난마 같은 숙제들을 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법적 제약도 제도적 압박도 모두 새 정부와 대통령이 짊어져야할 몫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304분의 억울한 죽음들이 평화롭게 눈을 감을 수 있다. 우리의 책무다.

심지어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독립국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하는 비자주적 외교 조치들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먼저 실효성도 없고 국제전의 불씨가 될지도 모를 사드 배치의 철회, 또는 재협상이 필요하다.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장비가 아니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미국의 미사일 분야 전문가이며 미 국방부에서 오랫동안 미사일 분야에 자문 역할을 했던 포스톨 MIT 명예교수는 며칠 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한국 방어보다는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총괄하는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국장조차 사드 레이더(AN/TPY-2)는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통합체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무소불위로 견제 받지 않는 최고의 슈퍼 갑은 미국이다. 분명히 미국은 대한민국 정부도, 국민도 안중에 없다. 용산 미군기지 지하수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 기준치의 162배까지 검출되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조사한 환경부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쉬쉬하고 있다. 이번 성주 사드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사드 기지 설치가 예정된 성주골프장이 이미 미국에 공여됐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환경부는 밝히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라면 정부가 알아서 기니 미국은 기고만장이다.

'태극기 집회'에서 나타난 성조기의 물결과 같은 광경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러한 일들은 언필칭 '자주국가'라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국가와 민족의 전통과 가치와 자존심을 우선하고 공동체를 섬기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보수’는 보수라고 부르기에는 참으로 민망하다. 시대착오적인 ‘반공’과 ‘사대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고 다분히 매국적이다.

지난 매서운 추위 속에서 1700만 명이 외친 탄식은 한마디로 ‘이게 나라냐!’였다. 시민들은 단지 박근혜 또는 그 일당의 국정농단 만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 70년이 넘게 쌓여 온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하지만 그러나 소중한 가치를 지켜 내자는 것이었다. 주한미군이 한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기습적이고 불법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가 이 무기 값 1조 2천억 원을 무례하게 청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게 과연 나라냐?”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 사드문제, 대북문제를 포함한 대외 문제에 관하여 제발 당당하시라.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 심지어 북한의 김정은도 자기들 국익우선 정책을 쓰고 있지 않은가! 새 대통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만 보고 나라의 이익을 최우선하여 가시라. 그들에게 말하라! “한국 우선(Korea Firs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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