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발행된 반월신문 ‘사리포구’ 칼럼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초 ‘9988 123과 안산고용센터 청년고용협의회’ 대신 ‘사리포구 신상권 교수’로 돼 있으니 편집 실수다.

“우리나라 기업체수의 99%와 근로자수의 88%가 중소기업이고 헌법 123조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라 명시하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현실에서 안산고용센터의 청년고용협의회가 희망의 등불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을 반영한 제목이었다.

신문지면에서도 그렇지만 금융에서의 실수는 그 결과가 엄청나다. 1995년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Barings Bank)이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에 단돈 1파운드에 매각됐다. 이는 베어링스 은행 싱가로프 지점의 젊은 직원 ‘닉 리슨’의 무모한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엄청난 손실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리슨의 손실은 어이없게도 고객의 매수 주문을 매도 주문으로 착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금융사고를 계기로 세계의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들은 금융리스크를 재무리스크와 비재무리스크로 구분하고 재무리스크는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유동성리스크, 금리리스크 등으로, 비재무리스크는 운영리스크, 평판리스크, 전략리스크, 법률리스크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게 된다.

그중 운영리스크는 입금을 출금으로 잘못 처리한다든지, 동일한 이름의 다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는 등 그 종류도 많고 관리도 매우 어렵다.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직무자세와 업무능률도 매일 다르기 때문에 체크리스크를 관리하는 정도로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업무처리 절차에서 비롯되는 운영리스크 관리이다.

그런데 전략리스크는 어떤가? 이것은 최고 경영자의 몫이다. 경영환경을 분석하고 경영역량을 평가하여 향후 불확실성을 수용하며 내린 결정이다. 운영리스크 관리 부실이 은행파산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전략리스크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더욱 결정적이다.

존경하는 목사님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오셨다. “지금 제 나이 50입니다. 20살에 향후 30년 삶에 대해 계획을 했었지요. 이제 그 30년이 지나 50이 됐습니다. 30년을 평가하고 향후 30년 계획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삶에 있어서 하루하루 계속되는 ‘운영리스크’도 중요하지만 긴 여정을 결정하는 ‘전략리스크’ 점검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제19대 대통령후보 10대 공약을 볼 수 있다. 직업 탓으로 교육분야 공약만 눈에 들어온다. 지금 전문대 출신 600만명의 국민들이 국가와 민족, 그리고 가정과 자신을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 발전에 대한 공약이 10대 공약에는 없다.

지난 20일 서울 사학연금재단에서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각 당의 교육관련 국회의원들, 50여명의 전문대학 총장 그리고 500여 교직원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했다. 최근 뜨거운 이슈인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전문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유력 대선후보들의 관심을 끌어 청사진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코이라는 잉어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 이를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주요 교육공약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어항에 일반대, 전문대로 이름표 달아 학생들을 작은 어항에 가두지 말았으면 한다. 더 넓은 강물에 방류하여 큰 고기로 성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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