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종 하지알카리수주식회사 대표 /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안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8월이다. 83년도 봄에 안양에 있던 전셋집을 정리하고 아예 안산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니 안산에서의 생활이 벌써 35년을 넘었다. 안산에서 신혼생활을 보냈고 청년, 중년의 황금기를 지냈으니 이제 내 고향은 안산이다.

열심히 직장생활해서 집도 사고 애도 낳고, 지금은 장성한 두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도 안산이다. 동역자들과 안산YMCA를 창립하고 동지들과 안산통일포럼을 탄생시키며 섬긴 곳도 안산이다. 생태, 환경, 시민편의 등 나름대로 열심히 챙기고 헌신한 곳도 안산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 곳도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곳도 안산이다. 안산은 내 고향일뿐더러 앞으로의 여생을 보내고 죽어서 뼈를 묻을 영원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그런 안산이 아프다. 아파도 많이 아프다. 3년 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안산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너무나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물신주의와 경쟁 구조가 만든 비극이다. 이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우리, 어른들 모두가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최근 416안전공원을 둘러싸고 우려스러운 일들이 지금 아픈 안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416안전공원에 추모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하다. 416안전공원에 추모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부끄럽다. 돈 때문에 불법증축하고 돈 때문에 과적하고 돈 때문에 매사에 눈 감아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어른들이 또 그 돈 때문에 추모시설을 반대한다.

그러나 추모공간은 이제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다. 안산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416안전공원은 못난 어른들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 간 아이들을 기억하고, 더 이상 이 땅에서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소중하게 담을 안산시민들의 공간이다.

416안전공원은 자연 친화적인 숲의 형태로,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전시관과 청소년 문화 공간,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이 될 것이다. 416안전공원은 유가족 ‘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안산 시민들의 삶과 쉼이 담긴 시민 친화적 공간이 될 것이다. 416안전공원은 “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세계가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걱정은 우려다. 오히려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명소, 아이들과 함께 즐겨 찾는 산 교육장이 되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로 무너진 자리인 도심 한복판에 동판과 연못으로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그 결과 매일 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고 있는 뉴욕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연못 아래 지하에는 이를 구했던 소방관들의 물품, 당시 상황을 알리는 전시관, 희생자들의 봉안시설이 있다.

춘천 죽림동 주교좌 성당은 아파트, 상가 등이 있는 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 성당의 뜰에는 6.25당시 희생당한 교우와 순교자들을 위한 봉안시설이 함께 하고 있다. 생명과 죽음의 소중함, 지역사회 주민의 삶을 함께 살피는 이 성당을 혐오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없다 오히려 성당의 교우가 수천 명에 이른다.

416안전공원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조성되기 바란다.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돈 때문에’ 희생된 아이들의 추모공간조차 ‘돈 때문’에 거부하는 일이 이곳 안산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안산은 여전히 아프다. 우선 내 주장을 절제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힘을 보태자.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