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논설위원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오예,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오예,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벚꽃 피는 봄 시즌이 되면 여지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음원 챠트 상위를 차지하는 곡. 이 노래가 바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버스커는 ‘거리의 악사’라는 뜻으로 천안의 거리 공연 문화 사업을 위해 구성된 그룹이다.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장범준, 드럼을 맡은 브래드,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형태가 주요 멤버다. 이들 셋은 ‘슈퍼스타 K3’에 대표로 참가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감미롭고 독특한 목소리의 보컬 장범준은 벚꽃엔딩을 시작으로 꽃송이가, 여수 밤바다 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을 만들었다. 2012년 3월에 세상에 나온 벚꽃엔딩은 이제 봄캐럴이라 할 만큼 4월이 되면 꼭 들어야 하는 곡이 됐다. 이 노래와 함께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천안북일고와 상명대학교 앞길은 걷고 싶은 거리로 소문나면서 지역 명소가 되었다.

올해는 ‘다시, 벚꽃’이란 영화가 개봉되면서 벚꽃 열기를 더해주고 있다. 풀빵 엄마, 너는 내 운명, 해나의 기적 등 국내 최고의 휴먼다큐멘터리 감독인 유해진 감독이 주인공 장범준의 20대 마지막 앨범이 될 2집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다시, 벚꽃’이다. 영화는 싱어송라이터 장범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거리 공연을 하는 버스커와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기획자의 모습 그리고 어린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담고 있다.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다보면 거리도 사람들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의 점과 그림으로만 남을 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그나마 사람 움직임도 보이고 거리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차도 포기하고 자전거마저 포기하며 걷기를 택하면 도시가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걷기 쉬운 도시가 명품 도시라는 말이 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볼 것이 많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자전거를 타고 안산천을 달려도 보고, 걸으면서 도시를 천천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보행자 도로를 따라 빨갛게 수놓고 있는 튜울립과 천천히 흐르고 있는 천가로 유유히 헤엄치는 숭어들 그리고 노란 민들레꽃과 제비꽃도 보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동안 그곳에 있었으나 볼 수 없었던 것들이 걸으므로 인해 눈에 들어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상상 그 이상을 꿈꾸는 도시, 사람 중심 안산특별시는 민선 6기 시정 슬로건이며 65만 안산시민의 꿈이기도 하다.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그 이상의 꿈을 상상할 수 있는 도시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행복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도시는 걷기 쉬운 도시와도 일맥상통한다. 볼 것이 없으면 걸을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걸을만하다는 것은 삶을 행복하게 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집에 갈 때 간혹 자동차 대신 걷기를 택할 때가 많다. 1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서 집에 가는 동안 마음은 평정심을 유지한다. 이게 행복한 삶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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