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종(하지알카리수주식회사 대표 /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마침내 헌재는 탄핵을 가결했다.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한 어리석고 무능한 대통령, 박근혜는 권좌에서 쫓겨났다.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국기를 문란하게 한 죄,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사과했던 일 조차 부인하며 국민을 기만한 죄를 엄중히 물은 것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 낸 광화문 광장의 무혈 촛불혁명은 세계적으로도 기념비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절차에 따라 다수결로 대통령을 선출했고 같은 방법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 민주적 절차에 의해 또 다른 지도자를 다수결로 선택하게 된다. 어떤 대통령을 어떻게 뽑아서 어떤 정부를 구성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몫이다.

516쿠데타가 역설적으로 419혁명의 산물이라면 불통을 넘어 무통으로 대변되는 ‘박근혜체제‘는 아쉽게도 87년 6월 항쟁이 낳은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번 만은 달라야 한다. 이 번 기회에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 좋은 정치판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단지 정치권력의 중심축이 정치인 중심으로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바뀌는 한계를 벗어야 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감시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번에는 기필코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2개월 후에 들어 설 새로운 정부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기를 원한다. 대통령 7시간의 미궁을 포함해서 진실을 다 밝혀지기를 소망한다. 그래야 304분의 억울한 죽음들이 평화롭게 눈을 감을 수 있다. 우리의 책무다.

또한 새로 탄생하게 될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퇴행을 거듭하여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냉전적인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폐쇄된 금강산 관광과 엄청난 피해를 안고 있는 개성공단의 재개가 시급하다.

심지어 과연 우리가 독립국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하는 비자주적 외교 조치들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먼저 사드 배치의 철회, 또는 재협상이 필요하다. 고도 40Km 이상의 고고도 종말 단계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는 북한 핵무기를 방어하는 무기체계가 아니다. 또한 사드는 완성된 무기도 아니다. 사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전에 배치된 적이 없고 따라서 사드는 지금까지 단 한 발도 실제 전투에서 쏘아 본 적이 없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미국의 MD전문가 MIT대의 포스톨 교수조차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에 대해 막상 한국으로서는 별 실효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에 사드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려 엄청난 중국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사드 배치는 미국과 일본의 MD 체계에 우리 스스로를 편입시켜 미국과 일본의 최전방 소총수를 자임하는 꼴이다.

국민들의 호응도 얻지 못하고 정의에 반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조치도 철회되어야 한다. 일본 총리가 진정으로 사과하지도 않았고 이해 당사자들인 할머니들의 동의도 없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 또한 폐기되거나 재협상하여야 한다.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한일군사보호협정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미래는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수출경쟁력의 약화, 저출산 고령화, 불공정한 사회 구조 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자. 주권재민에 입각하여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고 상생과 화합으로 민족의 활로를 열자.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