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 박은경 안산시의회 의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년이 다 되어감에도 팽목엔 9명의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지난 1월 25일 안산시의회 세월호특위 위원들과 2014년 4월 16일 이후 멈춰버린 기억으로 세 번째 슬픈 설을 맞이해야 하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뵙고 왔다.

참사 이후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팽목을 찾을 때면, 늘 우리 가슴은 황량한 바람 끝에 베이는 느낌이었고, 그 날도 여전히 가슴 시렸다.

우리 마음이 이럴진대 하물며 그 곳에서 천일 넘게 견뎌온 미수습자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싶다. 참사 이후 더딘 수습과정에서 함께 애태우며 기다렸던 304명의 희생자 중 295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유가족이 되어 돌아갔지만, 여전히 찬 바닷 속에 남겨진 9명의 미수습자들이 속히 돌아오기만을 빌며 인양작업을 지켜봐야하는 그 분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가늠하는 것 조차 죄스러울 뿐이다.

마침 그날은 우리 특위 일행 외에 안산시민 수십 분들과 함께 갔었다. 은화엄마, 다윤엄마는 우리 시민들께 더 힘을 얻는다며 반기시며,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선체 인양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 달라, 날씨로 인한 이변이 없도록 기도해 달라’시며 안산 소식도 묻고 시민들께 감사의 안부도 전하셨다.

정녕 국민으로서 부모로서의 당연한 권리가 그리 힘든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만 이뤄질 수 있는 바램이란 말인가!

2015년 참사 1주기 때 팽목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선체인양 약속 이후 2016년 6월 세월호 선체 인양이 시작됐지만, 사실 지금까지 희망적인 인양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가는 길에 진도 읍내에 있는 선체인양 현장사무소를 방문했으나 아쉽게도 중국 인양팀이 다들 고유명절인 춘절 쇠러 귀국한 상황이어서, 선체인양 공정율 75%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정부는 2015년 7월 세월호 인양 업체로 상하이샐비지(SSC)를 선정하여 1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2016년 7월까지 세월호를 인양하겠다 약속했지만, 두 달 뒤인 9월로 인양 시점을 미뤘고, 이후 10월, 11월로 거듭 연기했다.

결국 해를 넘겨 빠르면 올 4월, 늦으면 6월쯤 인양이 가능하다는데, 선체 잔존유 제거, 리프팅 빔 설치, 부력 확보 작업 등의 어려움으로 인양이 지연되었다고는 하나 불가역적 자연 요소인 바람과 해류, 지반의 영향 때문에 지난해 인양계획이 미뤄졌다면, 향후 인양 계획 역시 불투명 하지 않나 하는 우려들을 낳고 있다.

사실 정부는 참사 발생 구조과정이나 수습과정에서 무능과 미온적 태도로 많은 국민의 불신과 공분을 산 만큼, 세월호 선체인양 과정에서라도 명확한 검증과 적극적 책임 역할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보여줘야 함에도 여전히 여러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침몰 지점 1.6km거리에 있는 동거차도에서 유가족들이 밤을 지새우며, 세월호 인양 현장을 지켜보고 기록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2월 안산시의회 세월호특위 위원들과 동거차도에 방문했었는데 섬 정상에서 내려다 본 참사 해역이 손 뻗으면 닿을 듯 지척임에 너무 안타까웠고, 그 은빛 바다의 잔잔함은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의 맑은 영혼 같아 가슴만 먹먹했었다.

그대로 있으란 말이 얼마나 피맺힌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지 그 섬에 가보면 안다. 바다로 뛰어 들기만 했었다면 우리 아이들을 그리 허망하게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참사 순간의 절박했던 희생자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애태웠던 우리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7시간’은 납득될 수 없는 것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유가족들이 간절히 바래온 만큼 세월호 선체 인양은 꼭 이루어져 한다.

더 기다리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천일 넘게 광화문으로, 팽목으로, 동거차도로 전국을 마다않고 다니며 절규하는 희생자 가족들 품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안겨드리고 진실을 규명하여,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고 더 이상의 이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는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이 이제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2014년 4월 16일 팽목의 가슴 시림은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극복해야만 할 사회적 병폐임을 잊지 말 것이며, 희생된 304명의 고귀한 생명의 가치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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