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속성, 감각은 길들여진다

방송 채널만 돌리면 나타나는 쿡방과 먹방 때문에 간혹 먹는 고민을 한다.

먹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어떤 종류의 것으로 할까에 문제가 아닌 어느 곳 혹은 어떤 맛의 음식을 먹느냐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놈의 쿡방 때문에’ 이런 한심한 고민을 하나하는 생각으로 나에 대해 막 화가 날 때가 있다.

남의 냉장고를 통째 들고 와 그 재료를 이용해 세프들이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오직 먹는 배틀을 위해 해외여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혼족을 위해 간편식을 만드는 과정을 강습하고, 전통 음식의 달인들을 데려와 경쟁을 시킨다.

때로는 한식과 중식의 대결을 부추기고, 도시 속 숨어있는 맛집을 끄집어내 맛의 비결을 속속들이 방송한다.

수요미식회는 먹방, 쿡방 홍수 속 화려한 입담만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맛있는 토크쇼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

오래된 주택과 골목 사이, 개성 넘치는 식당들이 보석처럼 자리 잡고 있는 망원동 동네를 특집으로 방영하는가 하면, 동네의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곳도 게스트들을 총동원해 소개한다.

책, 수요미식회도 나왔다. 혀끝을 자극하는 미식 바이블이라는 수식어도 붙어있다.

예로부터 먹고사는 일은 인생 최대의 화두였다. 그리고 오늘날 미디어 역시 쉽게 맛을 내는 레시피를 공개하고 유명 세프들은 저마다 발군의 요리 솜씨를 보여주며 미식을 부추기고 있다.

미식은 과연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할까?

성호 이익은 이에 찬성하지 않았다. 성호는 미식의 속성은 단지 우리 감각을 길들인다고 지적하며 소박한 밥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의사들 또한 미식과 과식이 우리 몸을 망가뜨린다고 경고하며 영양과잉 시대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소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요리법이 발달하고 나서 사람들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두 배나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먹이를 구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현대 사회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미식과 야식은 독약과 같다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얼마 전 탈북한 태영호 공사는 한국 식당에서 버려지는 잔반을 보며 북한 주민을 생각했다고 술회한바 있다.

한쪽은 먹을 것이 없어 말라가고 한쪽은 먹을 것이 넘쳐 살쪄가는 현실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성호는 자신의 음식 기호에 대해 “나는 가난한 생활도 잘 견뎌낸다. 고기반찬이 상에 오르는 일은 드물지만 또한 즐거워할 뿐이고 싫어하지 않는다.

채소밭 한 이랑을 가꾸어 손수 호박을 심고 누렇게 익기를 기다렸다가 따서 갈무리해둔다. 날이 추어지면 삶아 끓이고는 밥을 말아 먹는다.

그 맛이 너무나 좋아 고깃국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성호의 요지는 미식을 향한 욕망이 끝없이 확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식은 또 다른 미식을 찾아 사람을 정처 없이 헤매게 하기 때문이다.

욕망을 자극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욕망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말라.

부귀한 사람의 욕망을 기준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선동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감각은 길들이기에 따라 달라진다.

미각 또한 환경에 따라 길들여진다.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의 미각을 기준으로 방송이 나가다보면 사람들은 맛집 순례를 하게 된다.

밥에 대한 건강한 생각보다 맛집이 주는 미각에 현혹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맛을 찾아다니기보다 건강한 밥상을 위해 애쓰는 한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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