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명품 가방, 멋진 스포츠카를 자랑했다면 이제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자랑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셀카봉으로 자신의 일상을 찍어 SNS에 올리면 순식간에 부러움과 응원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것을 보며 만족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을 자랑질하는 문화 트렌드가 주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는 이미지 세대의 성장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를 들 수 있다.

현재 10~20대를 영상 세대라고 지칭할 수 있는데, 60대 보다 많은 영상을 접하며 성장해온 세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라온 세대에게 카메라는 고급스럽지 않은 액세서리가 같은 존재다.

여행이나 특별한 날에나 찍던 사진이 이제는 일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장년층까지 확대되면서 일상의 자랑질은 전 국민의 일상이 되었다.

둘째, 일상을 자랑질하는 도구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카메라의 기능이 전 방위적이고 타인 지향적이었다면 지금은 자기 지향적으로 바꿨다.

남을 찍어 주는 기능에서 나를 찍는 기능이 확대되고 이를 돕는 도구들도 속속 출현되고 있다. 여행지에서 긴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자기 찍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던 셀카봉이 여행 필수품이 된 것을 보면 그 위세를 가히 알 수 있다.

셀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기 찍기 열풍은 한동안 유행을 주도할 것이다.

셋째, 이런 행위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거나 말을 거는 소통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음식, 물건, 자기 몸, 옷, 여행, 장소, 그냥 노는 행위 등 이제 셀피의 대상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음식은 더 이상 먹는 행위가 전부가 아니다.

먼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 후에야 손님은 먹기 시작한다. 이제 세프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시각적으로 멋있게 보여야 하는 일까지 고민해야 한다.

식탁에 놓인 소소한 소품도 일상의 자랑질 도구가 된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이러한 일상의 기록에는 부러움과 격려의 댓글이 줄줄이 붙는다.

‘나는 지금 이런 곳에 왔어’, 혹은 ‘나는 이런 것을 즐기는 중이야!’ 이런 무언의 기록은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소통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넷째, 이러한 일상의 자랑질은 좀 더 진화하면서 은근한 부분 샷으로 또한 자연스러움으로 치장된다.

노골적으로 명품을 보이기보다 부분 샷으로 위장해서 살짝 보이게 한다거나 우연히 찍힌 것처럼 자연스러움으로 치장되고 있다.

이런 사진 편집 기술은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도 아니다.

핸드폰의 웬만한 기능 혹은 앱 하나만 다운 받아도 가능한 일이 되었다.

전 국민이 사진가인 시대가 온 것이다.

다섯째, 이런 일상의 기록은 자기 중계 시대를 열고 있다.

인증 샷은 자기가 자기를 중계하는 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투표를 독려하는 방법으로 연예인들 사이에 널리 퍼지기도 하고, 역사적인 탄핵의 현장에서 자기가 함께 했음을 기록하기도 한다.

“올리지 않으면 경험한 것이 아니다. 존재는 기록이다” 어떤 이는 인증 샷에 대해 이런 해석을 달았다.

올리기 위해 찍고 올림을 통해 자기를 중계하는 시대는 1인 방송에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자랑질이 주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대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타인의 평판이 곧 내 정체성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 슬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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