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세상을 변화시키다

현재는 있지만 과거에는 없던 것들이 많다. 그것은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정책 혹은 시설물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도 과거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생각이 못 미처 시행되지 못했던 것들이다.

지금은 아동복지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도 그 중 하나다. 과거 가난의 상징이던 달동네에는 해가 저도 돌아오지 않는 부모들을 기다리며 아이들은 골목길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꼬불꼬불하고 기다란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쉼의 장소인 동시에 기다림의 장소가 되곤 했다. 거기에는 복지란 것은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고 그런 것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사치였다. 부모들도 정부도 그런 삶을 당연시 여기던 시절에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우리 모두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달동네 공부방은 이런 당연함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진 의식 있는 학생들 혹은 시민운동가들에 의해 시작됐다.

달동네 공부방. 대학생 언니 오빠 혹은 종교인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공부도 가르치고 부족하지만 밥도 함께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는 이렇게 탄생했다. 정부 주도가 아닌 자발적 시민운동에 의해 생겨난 공부방이 2000년 초입에 아동복지시설로 재탄생한 것이 지금의 지역아동센터다. 법제화를 통해 지역아동센터는 전국적으로 4000개 이상이 개소되고 이용 아동도 15만 명이 이상이 되고 있다.

모든 영역에는 약간씩 겹치는 중간 지대가 있다. 지역아동센터 역시 종합복지관의 아동복지 영역, 청소년수련관의 청소년아카데미, 학교의 돌봄 교실과 대상과 프로그램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이는 정부 담당 부서의 욕심과 협력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책을 입안하는 쪽은 기존 영역을 살펴 서로 협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마치 밥그릇 싸움 하듯 하면 좁은 영역에서 알력이 생긴다.

지금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잠시 상상해 보자. 학교 수업이 끝나면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은 놀이터 혹은 각자의 집으로 향할 것이다. 늦은 시간 부모님이 돌아올 때까지 아이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방치될 것이다. 식사, 공부, 숙제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못하던가 아니면 안 할 수밖에 없다. 방임과 방치로 인한 학습 저하, 열악한 양육 환경은 아동이 성인이 되어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이런 아동들을 돌봄을 통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키우는 예방 차원의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일 안산문화광장에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지역아동센터 가족문화제가 시민들과 함께 열린 것이다. 안산 지역 65개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들과 아이들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하는 축제에는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수많은 정치인들도 함께 했다. 진심으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역아동센터를 가까이서 후원하고 지지해 주신 고마운 분들에 대한 감사의 시간도 가졌다. 마지못해 행사장에 오고 후원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축하해 주기 위해 왔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인건비는 아직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일해 온 분들 모두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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