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민, 누구나 정치(4)

윤기종(하지알카리수주식회사 대표 /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

우리나라 헌법 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란 1인의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②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서 국가권력의 주인은 바로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주권재민’을 명시해 놓았다. 국가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나 위임에 의해서 성립되고 정당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통치하지는 않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도의원들을 선출해 권력을 위임한 간접 통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지금의 정치, 행정이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국민이 국가와 권력의 주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정치인과 관료가 국가의 주인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진정한 주인이 아니라 시장과 고위관료, 선출직 선량들을 중심으로 한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을 논하고 시정을 돌보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등 중앙권력과 시장 등 지방권력의 눈치에 더 민감하다.

413총선에서 특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단원구에서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소극적이고 세월호 가족들의 의사에 반하는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초기 다른 사람들 보다 열심히 진도를 찾았고 팽목항을 지켰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의 방침과 당론에 따라 세월호에 대한 그의 소신도 바뀌었다.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재권’인 것이다.

도지사 시장 등 지방권력이 바뀔 때 마다 산하 단체장들은 실적과 임기와 관계없이 교체되기 일쑤다. 공무원들 또한 능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새로운 단체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이동이 늘 있어 왔다. 시민주권은 없다. 항상 이런 식이니 공무원들은 시민을 의식하기 보다는 단체장에 대한 충성이 우선이다.

다시 주권재민이다. 이 땅의 중앙정치에서부터 안산시의 지방행정에 이르기까지 ‘백성이 하늘이고 국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다. 정치는 특정인들의 소유가 아니다. 누구나 시민, 누구나 정치다! 지금부터 122년 전 일본군의 기관총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져 갔던 동학농민혁명군들의 얼이 서린 공주의 우금치고개 한 모퉁이 나무판자에 작자미상의 아래 시구가 있어 부지런히 적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다시 살아나는 우금치>

 

백성은 하늘이다

동학년 횃불 맨 몸으로 일어 선

오늘도 백성은 하늘이다

짓밟힌 가슴

온 갓 설움 받던 것들 함께 모여

타오르던 벌판

굴절된 역사의 어리석음으로

채 오르지 못하고 쓰러진

아 사무치는 우금치

산맥을 품고 달려 온 이들아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아라 여기

사람 사는 세상으로 흐르는 강물

손길 발길 다지고 다져 보는 흙담

알알이 쌓아 새긴 돌무지탑 염원으로

울려 퍼지는 자주 평등 대동세상

어와 내 사랑 우금치에

백성은 하늘이다

동학년 봉화 고스란히 남은

끝끝내 백성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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