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전 준 호 안산시의원

가을비가 내립니다. 푸른 나뭇잎을 오색 단풍잎으로 곱게 물들이는 물감 같은 가을비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자연은 이렇게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데 요즘의 인간세상은 자연의 선물과는 사뭇 다른 선물 아닌 선물로 세상살이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합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대재앙을 초래하고, 뒤틀린 사고와 신념으로 테러와 폭력을 자행하며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고, 거대한 투기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건전해야 할 지구촌의 시장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세상 만물의 행복한 삶을 책임져야 할 정치는 대의와 민심을 따르며 민생을 챙기기 보다는 사사로운 이해에 얽매이고, 위임받은 권한과 권력을 사유화하여 국기를 문란하게 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국민을 업신여기는 행태가 난무합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정치가 불의와 부정의 온상이 되고 있고,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더욱 분발해야 할 정치인은 규탄과 퇴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정치의 선출직 시의원의 한사람으로서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약하고 부족하나마 나의 조국 대한민국과 우리 안산시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좀 더 나아지는 시민들의 삶과 발전하는 안산시를 위한답시고 민원현장으로, 의회사무실로, 여러 행사.토론장으로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도 여전히 뒤통수가 편하지 않은 것은 분골쇄신하며 주민의 대리인으로서의 그 사명을 다해야 하는 무한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최근,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과 청와대와 국무회의의 회의 자료 등이 자연인이자 일반 국민인 최 모 씨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 되었고, 그것도 연설 등 주요 행위가 이루어지기에 앞서 사전에 유출되었다는 뉴스보도를 접하면서 국민의 한사람이자 선출직 공직자의 한사람으로서 갖게 되는 모멸감과 자괴감, 분노의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듭니다.

헌법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공무원 중에서 최고의 위치이며 그 책임 또한 막중합니다. 정부 최고의기관인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청와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대해 할 말을 잃을 지경입니다. 개인의 사적인 정보도 함부로 취급되어서는 아니 되기에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엄격히 보호되도록 하고 있고, 국가 등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 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어야 함에도 이렇게 사사로이 유출되고 이용되어져 왔음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존엄을 인식하고 민심을 두려워하며, 정부와 국가의 책임과 위엄을 생각하고 민주적인 국정운영의 상식을 헤아린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진즉부터 이런 사사로운 관계에 의한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 촉구해 왔음에도 발뺌하고 무시해온 정부 당국은 그 책임을 지는데 있어 국민들의 그 어떠한 심판이라도 달게 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사태를 거울로 삼아 먼저 저 자신의 의정활동을 진지하게 살피고, 우리 안산시 행정의 살림살이에는 이런 모습은 없는지도 함께 되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중앙도 지방도 모두 공적인 지위와 정치권력의 사유화를 경계하면서, 밀실에서의 사사로운 수작이 아닌 광장에서의 열린 소통을 통한 민주적인 정치 행위로 겸허하게 민심을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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