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국화가 만발하고 단풍이 물드는 10월이다. 어느새 차가한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좋든 싫든 보게 되는 것이 계절이다. 가을의 느낌은 정겨움에 있다. 봄과 가을은 짧아서 아쉽지만 적당히 마음을 가지런하게 한다. 딱 적당한 것이 좋다. 모자라거나 넘치면 생각이 일어난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단조로움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러면 삶이 재미없어지고 늘 새롭고 즐거운 무언가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시각적인 것이 발달되어 있어서 눈으로 보고 만지고 소유하고 싶어진다.

한 가지를 가지면 마음에 공허감이 사라지고 뭔가 채워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때 내 마음은 어느새 포만감에 젖어 버린다. 그렇게 살다보면 이내 마음은 허전함이 생길 때마다 무언가 가져야 한다는 상념에 젖어버려 그 대상을 갖지 못할 때 마다 집착심을 갖게 된다.

집착은 사람의 에너지를 급격히 소진시키는 까닭에 집착심에 온 마음을 쓰면 어느새 피로에 지치게 된다. 어떤 대상을 소유함은 다만 그때뿐이다. 갖고 나면 다시 허전함이 몰려와서 이내 다시 다른 대상을 물색하게 된다.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려면 내 안에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야 한다.

곤궁하고 어려워지면 번민(煩悶)이 생긴다. 걱정과 근심에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워하는 현상이다. 깊어지는 번민에 불면증이 생기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걱정은 또 다른 고민을 낳고 그렇게 꼬리를 물면서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생각이 많으면 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삶은 더 힘들어진다. 생각과 괴로움의 크기는 정비례한다. 삶에서 번민하는 원인은 모두 다를 것이다. 사람으로 인한 것도 있고, 재물이 원인일 수도 있는데 대개 그 바탕에는 ‘돈’이 연관되어 있다. 돈은 언젠가 소멸할 대상이다. 소멸하는 대상에 집착하고 매달리면 고통이 따른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욕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소유욕은 전생에 ‘재물’로 인해 내가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들이 쌓여서 생기는 것이다. 전생에서 못된 성품을 고치지 못했다면 이 생에서도 똑같이 나쁜 일을 행하고 다니고 좋지 못한 성품을 갖게 된다. 그 성품을 고쳐서 선행을 베풀면 업의 실타래가 한줄기 풀어지고 복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악순환이 계속되고 그 업은 다음 생에 가져간다.

번뇌와 망상은 어떻게 사라지게 할까.

한 번에 번뇌와 망상을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억지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불가에서 명상과 수행을 하는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초심자라면 참회기도와 백팔배 부터 시작하면 좋다. 몸을 쓰는 백팔배가 정신을 맑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처음부터 무작정 기도와 참선에 들어가도 되지만 자칫 기문이 열려 마장이 들어올 수 있어서 어느 기간까지는 어렵더라도 백팔배 수행만 해서 정신을 단련시키는 것이 좋다. 백팔배로 정신을 몸에 집중시키면 몸이 힘들어지지만 마음은 맑아진다. 그래서 몸 써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 비해 생각이 적고 건강하다.

삶에 걱정과 불안, 우울함, 고독 등 부정의 감정들이 생기면 우리 주변을 환기시키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제일 좋은 것이 내 주변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가령 야외에 나가서 걷거나 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건이 되면 여행을 떠나보자. 따뜻한 햇볕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경험도 유익하다.

대부도 만블라선원 010-367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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