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친구들과 길을 가다가 남성 대여섯 명이 뒤엉켜 싸움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호기심에 사람들 틈에서 구경을 했는데, 잠시 후 경찰관이 출동했다. 그러자 싸움을 하던 남성들은 잽싸게 모두 도망을 갔다.

현장에는 구경꾼들만 남았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관이 남성 무리인 A씨 일행을 싸움 당사자로 오해 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했다. 경찰관은 A씨 일행에게 다가와 인적사항을 물어보고, 추궁을 하면서 범죄자 취급을 한다. 금세 기분이 나빠진 A씨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면서 항의를 했다. 그런데 욕설이 계속되자, 경찰관은 A씨를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말았다.

A씨가 얼마나 욕을 심하게 했으면, 경찰이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를 했을까. A씨가 정말 잘못했겠구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가 사실관계를 들어보니 A씨가 억울할 만한 사정이 있기도 하다. A씨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죽했으면 얼마나 억울한 마음이 들었으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격렬하게 항의를 했을까, 싶은 마음으로 변했다.

A씨는 억울함을 하소연 했다. 모욕죄 현행범으로 약식 기소되었는데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끝까지 다투었다. 하지만 끝내 혐의를 벗진 못하고 벌금을 내야 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해도, 경찰관에게 절대 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깊은 교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공권력이 모욕죄를 도구로 삼으면, 일반 국민들은 억울한 마음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냥 수긍하고, 잘못을 비는 것이 최선이다. 과연 타당할까.

사적인 관계에서는 모욕죄니 명예훼손이니 그저 감정싸움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공적 관계가 개입했을 때는 다르다. 공적인물 또는 공적기관을 상대로 사실을 적시하고 욕을 좀 퍼부었다 치자. 그런데 명예훼손이다 모욕이다 하면서 형사 처벌을 한다면? 글쎄, 쉽게 그 대상을 비판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와 깊은 연관관계를 가지는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형법전에서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와 토대가 되는 중요 기본권이다. 가능한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고,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욕을 하고 사실을 이야기 했는데, 결과적으로 명예를 훼손하였다면, 시민사회의 자정작용을 기다려 볼만도 하다. 그렇게 시끄럽게 비판하고 떠드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을 하지 않으면, 사적관계에서 공백은 어떻게 채우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피해가 있다면 민사소송 등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사적 관계에서 모욕죄 등에 얽힌 감정싸움에 수사력을 투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얼마 전 금태섭 의원이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이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의 외연이 더 넓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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