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시 중헌디, 뭐가 중허냐고.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서 못쓴다.’는 속담이 있듯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방법이 있다. 이를 무시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허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순서와 방법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풍속이 좋은 예이다. 결혼식장에 가서 신부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 예전에는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하여 손가락질을 받았으나, 얼마 전부터 혼수를 미리 장만했다는 우스갯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더니, 이제는 오히려 축하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출산율 변화에 따른 우리 내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을 살펴보자. 전쟁이 끝난 1955~60년 사이 ‘베이비 붐’이 불면서 출생률이 높아져 인구가 급격히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1960년대부터 적극적인 출산 억제 정책을 펼치며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했다.

주목할 점은 출산 억제 정책이 시행됨으로서 양육에 따른 가사부담이 감소한 많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1990년대까지 이러한 인구 정책이 지속되면서 출산율 감소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된 결과 2010년에는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1.15명을 기록, 이에 따라 2000년대부터는 오히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게 됐다.

여기서 다시 주목해야 할 점이 여성의 경제활동이 예전에는 선택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필수 항목이 됐다는 점이다.

출산율 감소의 주원인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 있다. 예전에는 자신의 밥그릇은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형제가 많아야 서로 의지가 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보릿고개’가 존재하던 시절,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누구나 공평하게 못 배우는 현실에서 실제 이 말들은 정설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자신의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하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예전에는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모든 것이 ‘OK’이였다면 지금은 삶의 질이 중요한 가치로 바뀌었으며 이는 ‘금수저, 흙수저’란 말로 잘 표현(?)되고 있다. 형제가 많으면 서로 의지된다는 말도 가족 간의 끔찍한 범죄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출산율 감소가 더욱 심각한 것은 결혼율의 감소에 있다. 이는 시대 흐름에 마쳐 바뀌어야 할 정설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집을 장만하고 여자가 가구를 장만하다는 예전의 상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남자는 집장만에 대한 부담으로, 여자는 혼수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하게 됐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부모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가정의 경우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셈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대학을 졸업하면서 학자금 대출로 빚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으로 인한 빚까지 더 해지고 자녀의 양육비까지 다시 더 해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암담할 것이다.

드라마, 코미디, 노래가사 등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요즘 드라마 ‘혼술남녀’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제목 그대로 혼자서 술 마시는 남자와 여자라는 말이다. 이런 드라마가 왜 나왔을까. 이는 1인가구의 가파른 증가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하고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우리 내 스스로 변화의 조짐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 양육 등의 문제는 여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딸 바보’는 신조어가 나왔을 만큼 남자의 가사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주말에 대형마트를 가보면 엄마는 없고 아빠와 자녀만 장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예전의 불평등한 맞벌이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구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혼률이 감소하고, 출산율이 감소하는데 가사분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이다.

물론 인구는 국가의 힘이 되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출산 장려를 위해 꾸준히 힘쓰고 있다. 그러나 빠른 시대변화를 못 쫓아가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나 잘못된 정책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좋은 예로 `메뚜기 출산`이다. 지원금 많은 지자체에 잠시 이사해 돈만 받고 튀는 현상이 때문에 나온 신조어이다. 그러다 보니 출산율은 높은데 주민 수는 감소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모 조사기관에서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현 교육과정이 사회에 나가서 불필요하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60%를 넘었다고 한다. 이는 현 교육이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과목의 난이도만 높여 소위 ‘수포자’만을 양성하는 등 잘못된 정책임을 현장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창시절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고 지금 우리 사회의 결혼률, 출산율, 1인가구 등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인구수 증가는 인구증가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인문학과 역사 등의 교육을 강화해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고, 토론 중심의 교육 등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함으로서 함께 하는 사회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고, 다양한 현장체험 교육을 통해 획일적인 직업선호도를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초·중·고교 12년의 학교생활에도 문해(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능력이 떨어지고, 생활영어조차 못하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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