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급하지 않은 기다림의 사회가 그립다

      이 종 수 계장

학교폭력이 초등학교로 저연령화되고 있는 요즘, 마음속에 작은 희망으로 떠오르는 학생, 아니 멘티가 한 명 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10대가 아닌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청년 진우가 바로 그다. 진우와 멘토링을 처음 시작한 것은 2년 전이었다. 당시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대안교육을 받고 있던 진우와 1:1 멘토링 결연을 맺게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진우는 성장은 순탄치 않았다. 유아기부터 가정의 폭력에 노출되었고, 이후엔 부모로부터, 친척으로부터, 사회로부터 거절되고 배제된 채 성장해왔다. 잦은 싸움과 간헐적인 약물흡입은 어린 진우를 청소년 위탁시설과 소년원을 들락거리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행동만을 통해 그를 들여다보고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든가 우연히 주운 지갑을 경찰서에 돌려준다거나 하는 진우가 간헐적으로 보여준 의외의 친사회적 행동은 그런 시선에서 배제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진우는 유일하게 돈 안들이고 보고 그릴 수 있는 만화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그런 관심과 취미는 그저 초등 4년 때 미술 선생님의 ‘그림 그리기를 매우 좋아한다’ 정도의 단평으로 끝났을 뿐, 그가 자신의 재능을 살리고 정상적으로 사회화하는데 그런 그의 적성은 아무런 단서도,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제 사회에 발을 디딘 진우는 간헐적인 갈등은 있었지만 주변의 어른들, 동료들과 특별한 사회적, 법적 일탈 사례 없이 평범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성장효과덕분인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친사회적 인격이라는 훌륭한 특성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 만나온 수많은 어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은 내면에 숨어 있는 꺼지기 쉬운 긍정성을 믿고 발견하고 키워가는 하나의 여정이라는 인식을 조금씩 갖게 된 것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질풍노도의 고교생활을 무사히 마친 진우는 치킨집에서 주방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식조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이 다양한 사회복지적 정책과 제도를 통해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꿈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다.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만 해도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일반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에게 법무공직체험은 물론 다양한 인성교육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법의식 함양을 통한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은 물론 처음으로 미래의 법무공직자로서의 꿈도 꾸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진우와 같이 어린 시절부터 실패를 겪으며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들 청소년들이 학교 안만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교육적, 사회복지적, 문화적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패자’가 아닌 ‘승자’로서 자신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 재기와 도전을 기다려주고 지원해주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 현재 전국 16개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는 모든 선생님들이 ‘희망도우미’ 제도를 통해 대안교육생과 1:1 멘토링을 맺어 교육수료 후 학교생활 및 사회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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